경찰은 “원안보다 후퇴… 큰 틀에선 진일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이른바 ‘4+1 협의체’가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통제받지 않은 수사’의 범위가 늘어나게 돼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찰대로 “원안보다 후퇴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협의체가 합의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사건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한정하고, 검찰의 영장 기각에 경찰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영장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검찰은 수사지휘권 폐지에 따라 경찰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기본적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지휘권 폐지와 직접수사 제한은 수사공백과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수사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횡령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뇌물이 나오고, 진범이 새로 발견되기도 하는 게 수사”라며 “사실관계나 증거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죄명별로 수사를 제한하고 보완수사도 제한한다면, 수사 역량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줄 경우, 묻히게 되는 수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1년마다 부임지가 바뀌는 검사와 달리 경찰은 한 곳에서 오래 근무해 지역 유지 등과 친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 뿌리를 둔 조폭이나 마약 범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검찰 힘 빼기에만 집중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간부급 검사는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될진 모르겠지만, 나라 전체로 봤을 땐 결국 통제받지 않는 수사의 총량은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점에서 불만을 표시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패스트트랙 원안에 비해 각 항목마다 많이 확장됐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청 고위 관계자도 “심지어 검찰 측 추천인사들도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 이구동성으로 동의한다”면서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검사 집중형 형사 사건 처리 시스템을 드디어 손 볼 수 있게 됐다”면서 “검찰 개혁의 역사적인 첫발을 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