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는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3대 소재ㆍ부품에 대한 규제를 실시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양국 정상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복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4일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를 앞둔 태국 ‘노보텔 방콕 임팩트’ 회의장에서 11분 가량 환담을 진행한 바 있지만, 공식적인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의 무역갈등에 대한 해법을 찾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이 지난 20일 반도체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제)의 수출 규제를 완화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으나 청와대는 “근본 해결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다. 정상회담에서 ‘더 큰 양보’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일 무역갈등은 7월 4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우리 정부는 수출규제 조치가 부당하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 정부를 제소한 데 이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이후 10월 22일 일왕 즉위식 때 이낙연 국무총리가 특사로 파견된 이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양국 정계 의견 교환이 이뤄졌고,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하기로 하면서 무역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가진 국장급 ‘제7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은 새해가 오기 전 무역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자리다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별도의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일 정상회담 의제를 논의하는 등 양국은 이번 회담 성과도출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가 수출규제를 완전히 원상복구 하는 것을 전제로 지소미아 종료를 연장하는 방식의 ‘일괄 타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수출규제 해법이 양국 무역갈등을 푸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출규제 조치의 단초로 작용한 강제징용 문제가 단시일 내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시적 일괄 타결보다는 정상 간 문제해결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하는 선에서 결론이 도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지난 23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인식을 재차 밝혔다. 그는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본의 생각을 전하겠다”며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동아시아의 안전보장 환경을 생각하면 한미일 및 한일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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