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서북쪽 끝에 있는 섬 사방(Sabang)에서 새해 축하 행사가 금지됐다. 사방은 샤리아(이슬람 관습법)가 실질 지배하는 강성 무슬림 지역인 아체특별자치주(州)에 속해 있다. 동서로 뻗은 인도네시아 전 국토를 ‘사방에서 머라우케(파푸아 동남쪽 끝 도시)까지’라 부르는데, 우리의 ‘백두에서 한라까지’와 비슷한 표현이다.
24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방 지방정부는 최근 주민들에게 송구영신 행사 금지를 알리는 서한을 발송했다. “새해맞이는 우리의 관습과 전통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새해를 기념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서한에는 ‘주민들이 샤리아 원칙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과 함께 5가지 금지사항도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새해 전야에 경적을 울리거나 불꽃놀이를 하지 말 것, 소리내어 기도하거나 코란을 암송하는 등의 이슬람 관련 행사를 하지 말 것 등이다. 사방 지방정부는 “기독교도들에게 (무슬림이) 새해를 축하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새해 축하 금지 조치는 사방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나자루딘 시장은 “사방에 관광하러 오는 내국인이나 외국인을 막지 않는다. 사방이 관광객들로 붐비면 행복하다. 다만 관광객들이 샤리아를 따르는 사방시의 관습과 문화에 적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카페 식당 호텔에도 새해 축하 행사를 열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자치권을 부여받은 아체특별자치주는 2015년부터 무슬림 여부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샤리아를 적용하고 있다. 무슬림은 본디 해를 기준으로 하는 태양력이 아니라 달의 움직임을 따르는 태음력을 사용한다. 더구나 윤일(閏日)을 인정하지 않는 순(純)태음력이라 새해 첫 날이 우리의 양력은 물론 음력과도 맞지 않는다. 물론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무슬림은 절기만 순태음력을 따를 뿐 일상에선 우리와 같은 양력을 사용하고 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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