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중국 시성(詩聖) 두보의 도시 청두(成都)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만나 “오랜 친구 같은 총리를 다시 뵙고 양국 공동 번영 방안을 논의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마음을 전했다. 두보의 시가 한중 정상간 신뢰를 확인하는 고리가 돼 줬다. 문 대통령은 “수교 30주년을 앞둔 지금 한중 양국은 함께 지켜온 가치를 더욱 심화하고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해 갈 것”이라고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두 진장호텔에서 열린 리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서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오면 만물을 적시네’라는 두보의 시를 인용하며 “오늘 우리 만남과 대화가, 양국의 새로운 관계 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리 총리는 지난달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둔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동주공제’(同舟共濟ㆍ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다)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한중일 정상이 모인 청두도 화두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청두는 한국인에게도 삼국지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유구한 역사의 도시답게 아름답고 역동적”이라며 “자연ㆍ사람, 전통ㆍ혁신의 조화 속에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관문이자 내륙과 국제물류의 허브 도시로 발전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큰 쓰임은 밖으로 펼쳐지고 진실한 역량은 내부에 충만해 있다(大用外腓 眞體內充)’는 말을 실감한다”며 당대의 시인 사공도(司空圖)의 시구를 한번 더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 문화의 저력과 혁신 역량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도약을 하는 청두에서 한중관계 발전과 실질 협력 방향을 논의하게 돼 매우 뜻이 깊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 총리는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두보의 시를 다시 언급하며 “지금 봄은 아니지만 우리 모두 따뜻한 미래를 향해 가자”고 화답했다. 리 총리는 “중한 양국 협력 메커니즘이 한때 파장을 겪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올바른 궤도에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리 총리는 문 대통령에 앞서 한 모두발언에서도 “문 대통령께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해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문 대통령을 반겼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중한일 협력을 추진할 뿐 아니라 중한 간 정치적 상호 신뢰와 실질적인 협력, 교류 촉진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보의 시로 시작된 이날 회담은 오후 6시 30분부터 41분 간 진행됐다. 양 정상은 이 자리에서 △한중 FTA 서비스ㆍ투자 후속협상 △한중일 FTA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통한 경제협력을 보다 심화시키는 한편, 혁신산업ㆍ서비스산업ㆍ환경분야 등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뒤이어 1시간 10분가량의 환영만찬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리 총리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4번째로, 작년 5월 일본 도쿄에서의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회담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베이징을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오찬을 함께 했고, 곧바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는 청두로 이동해 리 총리와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 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청두=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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