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돌아본 2019 주요뉴스7
총 방문자 수 1억 9,892만명, 청원 수 총 68만 9,273건, 동의 개수 약 9,163만건. 2017년 8월 19일부터 2019년 10월 20일까지 2년 2개월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가 달성한 기록이다.
‘현대판 신문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올 한 해도 뜨거웠다.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분노로,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달하는 소통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 한 해 국민의 이목을 끈 뉴스들은 어떤 게 있을까. 동의 수 20만명을 돌파하며 국민적 관심을 산 주요 뉴스들을 돌아봤다.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촉구 (183만 1,900명)
올해 가장 많은 동의 수를 얻은 청원은 정당 해산 관련 내용이다.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183만여 명 이상 동의를 얻은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33만여 명 이상을 달성해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한국당 해산 청원은 5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을 놓고 여야의 갈등이 극심해진 시기 등장했다. 청원자는 “한국당은 걸핏하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입법 발목잡기를 한다”며 한국당 해산을 촉구했다.
일주일 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정당 해산을 요구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패스트트랙을 지정해 국회에 물리적 충돌을 가져왔고, 야당을 겁박해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는 이유였다.
다음달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당해산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몫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년 4월 총선 결과로 심판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 (‘한국당 해산’ 국민청원 160만명 돌파… 기록 갈아치웠다)
◇조국 법무부장관 찬반 (찬성 75만 7,730명/ 반대 30만 8,553명)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을 놓고서도 광화문 집회만큼 온라인 공방도 뜨거웠다. 조 전 장관 임명에 관한 찬반 국민청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조 전 장관 임명 찬성 청원은 8월 20일, 반대 청원은 같은 달 10일에 게재됐다. 각각 동의 수 76만여 명, 31만여 명을 기록했다.
청와대는 한 달이 넘어서야 원론적 답변을 내놓는 것으로 난처한 상황을 피했다. “국무위원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입장이었다. 조국 전 장관은 같은 달 장관직을 사퇴했다. 이후에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약 48만여 명 동의 수를 기록하는 등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갈망은 계속됐다.
최근 조 전 장관은 일가의 각종 비리 외에도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송병기 수첩에 ‘조국 수석’… 선거개입 의혹까지 엮일 판)
◇장자연 사건 재조사 요청 (73만 8,566명)
국민청원은 검찰의 재조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3월 한 청원자는 “어디에선가 또 다른 장자연이 고통 받고 있을 터다. 우리의 일상에 잔존하는 모든 적폐는 청산되어야 한다”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 청원은 74만여 명 이상의 동의 수를 얻었다. 청와대는 다음달인 4월 공소시효 관계 없이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13개월 동안 재조사를 벌였으나 진실을 밝힐 결정적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핵심 쟁점인 성접대 강요 및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사권고 없이 마무리됐다. 증인 윤지오씨가 등장하며 재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대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되고 증거도 부족해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13개월간 결정적 증거 못찾아… 장자연 결국 묻혔다)
◇민식이법 통과 촉구 (41만 5,691명)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민식이법’은 국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었다. 민식이법은 조 전 장관 사퇴,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갈등으로 국회가 파행되면서 미뤄질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민식군(당시 9세)의 부모가 지난달 국민청원을 올려 동의 수 42만명 이상을 달성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 통과를 약속하면서 처리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
법안은 크게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개정안으로 구성됐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에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ㆍ과속방지턱ㆍ속도제한ㆍ안전표시 등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최근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며 홍역을 앓는 모양새다.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적용하는 특가법 개정안 내용 때문이다. 고의와 과실 여부를 구분하지 않아 자칫 억울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11일 민식이법을 개정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과잉 처벌?’…끝나지 않은 민식이법 논란)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38만 769명)
4월 올라온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사흘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 올 초 강원 산불 화재 사태 때 소방관들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국가직 전환에 대한 공감이 확산된 것이다. 특히 강원 지역 산불 사고에서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의 노고가 알려지면서 전국적 지지가 일었다.
당시 정문호 소방청장은 “(국가직 전환은) 국가 책임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힘들었던 것이 인력 증원, 곧 인건비인데, 이것을 국가에서 대줌으로써 인력충원이 원활하게 되고, 소방 사각지대를 없애거나 소방공무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년간 논의만 해오던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본격 추진되면서 법률안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장비나 처우 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4월부터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가해자 중심 성범죄 양형기준 재정비 (26만 4,102명)
지난달 올라온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 양형기준을 재정비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은 가수 구하라의 비보 소식과 맞물리며 더욱 관심을 끌었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인 구하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이 확산했다.
청원자는 강간 미수에 가까운 성추행을 당했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며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판단하는 성범죄 양형을 바꿔달라 요청했다. 청원은 구하라의 사망이 알려진 다음날 올라와 동의 수 26만여 명 이상을 기록했다.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 최모씨는 구하라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폭행해야만 강간?” 성범죄 양형기준 재정비 청원 20만 넘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 및 재수사 (24만 529명)
11월 검찰이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재수사에 본격 착수한 데는 유가족 등이 올린 국민청원의 힘이 컸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지난 3월 청원글에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단 설치와 수사지시 청원을 드리는 이유는 세월호 CCTV 저장장치(DVR) 조작은폐 증거가 드러났듯, 세월호 참사는 검찰의 강제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범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사건의 구조 및 수색 과정과 이후 조사 내용 등에 관해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에는 해양경찰청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 ‘세월호 특수단’ 감사원 압수수색..“2014년 감사자료 확보”)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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