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영재학교 전환 등 도교육청 지원 요청에
충북도 “명문고 육성 취지 어긋나”일언지하 거절
충북도교육청이 미래인재 육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과학고의 영재학교 전환 등 핵심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충북도에 요청했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명문고 육성 방안을 둘러싼 양 기관의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무성하다.
김병우 도교육감은 23일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고교혁신 사업 8가지를 발표하면서 ▦과학고의 인공지능(AI)기반 영재학교 전환 ▦영재교육을 위한 지원센터 설립 등 2가지 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비 지원을 충북도에 요청했다.
김 교육감은 “기존 과학ㆍ수학 중심의 과학고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에 한계가 있다”며 “과학고를 미래형 AI영재학교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시설비와 기자재비, 운영비 등을 도가 연차적으로 지원해달라”고 했다.
또한 “영재교육을 체계적으로 기획, 지원할 수 있는 충북도 영재교육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며 영재교육지원센터 설립 지원도 요청했다.
이 두 가지 사업은 이시종 충북지사가 민선 7기 들어 본격 추진한 명문고 육성 방안과 관련해 특히 관심을 끌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교육감은 “수월성 교육이 빨리 이뤄지는 영재교육이 이 지사님의 관심사인 만큼 과학고의 AI기반 영재학교 전환 등에 대한 지원으로 (충북도가)미래인재 육성사업에 화룡점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충북도는 김 교육감의 기자회견 직후 “도가 생각하는 명문고 육성 방안과는 거리가 있다”며 도교육청의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도 관계자는 “과학고의 영재학교 전환, 영재교육지원센터 설립은 도가 제안한 미래인재 육성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굳이 추진한다면 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시행하면 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관계자는 “도교육청은 ‘모든 학생이 다 잘하도록 하자’는 취지인 반면 도는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하자’는 것으로, 의견차가 여전하다”고 부연했다.
도와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미래인재 육성에 관한 협의서를 교환했다. 이후 명문고 육성을 협의하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으나 설립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했다. 도의 요청에 따라 도교육청은 자율형사립고 설립, 자율학교 지정 등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정책(자사고ㆍ국제고ㆍ외고의 일반고 전환, 전국단위 일반고 모집 특례 폐지)에 따라 모두 무산됐다.
이에 도교육청은 일반고, 외고, 체육고, 과학고, 예술고, 특성화고, 미래형 대안교육, 영재교육 등 8개 분야별 미래인재 육성 모델을 담은 자체 혁신안을 마련, 이날 발표했다. 도교육청은 “과학고의 영재고 전환, 영재교육지원센터 설립을 뺀 나머지 사업을 추진하는데 드는 2,040억원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확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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