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만화책에 ‘여친 염산테러’…출판사 “머리숙여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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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만화책에 ‘여친 염산테러’…출판사 “머리숙여 사과”

입력
2019.12.23 17:48
수정
2019.12.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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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통보에 염산 복수 장면…“여성혐오ㆍ모방범죄” 비판 잇달아

해당 만화책 전량 회수ㆍ폐기…대원키즈 “향후 철저 검증할 것”

대원키즈의 어린이용 만화책 ‘태경TV 학교탈출’에서 문제가 된 장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어린이용 만화책에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에게 염산을 뿌리는 장면을 담아 논란이 된 종합출판사 대원씨아이의 브랜드 ‘대원키즈’가 23일 해당 만화책 전량 회수 및 폐기 결정과 함께 사과문을 게재했다.

5일 문제의 ‘태경TV 학교탈출’을 출간한 대원키즈는 이날 오후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올려 “부적절한 내용과 잔혹한 장면이 수록됐다”며 “어린이 대상의 도서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사전에 충분히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내용 및 표현을 수정하지 못한 점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만 7세 이상 이용가인 이 책은 초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 ‘태경TV’의 콘텐츠를 원작으로 그린 만화다. 3차원 건설 게임 ‘마인크래프트’ 주제의 영상으로 유명해진 이 채널은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샌드박스’ 소속으로 현재 구독자 수가 143만 명에 달한다.

다만 대원키즈 측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전반적인 스토리는 태경TV에서 차용한 것이 맞지만 해당 에피소드 등 구체적인 내용은 작가가 한 부분이 있다”며 “아이들에게 유익하지 않고 유해한 내용인데 감수가 안 됐던 부분은 당연히 출판사 책임이기에 전량 회수ㆍ폐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여성이 이별을 통보하자 남성이 복수심에 며칠 간 주변을 맴돌다 여성의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는 내용이다. 책에서 여성은 ‘무척 도도하고 건방졌다’고 묘사됐으며 남성과 관련해서는 ‘여자한테 버림받은 남자는 복수심에 불탔다’고 기재됐다. 이후 여성의 얼굴이 염산으로 녹아 내린 장면이 여과 없이 그려진 데다 “여자는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변해버렸다”는 대사도 함께 실렸다.

종합출판사 대원씨아이의 브랜드 대원키즈가 23일 게재한 사과문. 대원씨아이 공식 홈페이지

이 장면이 퍼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어린이 대상 서적이 여성혐오와 모방범죄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에세이 ‘나는 아기캐리어가 아닙니다’의 저자 송해나 작가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평등 의식이 없는 저자는 물론이고 잘 나간다며 찍어대는 출판사에 화가 난다”며 “2019년에 아동서 출판사가 여성혐오도 조기교육 시키나”라고 문제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얼마나 큰 공포를 갖고 자기검열하며 살게 될지 생각하면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cu****), “여러 사람 손을 거쳐 편집, 완성됐을텐데 출판 관계자 아무도 무서움을 못 느꼈다는 게 소름이다”(고****), “귀여운 그림체로 마치 여자가 건방지면 염산 좀 부어도 된다는 뉘앙스라니”(쿠****), “잠재적 범죄자로 키울 책이다”(안****) 등의 반응이 나왔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신고 및 출판사 항의도 잇달았다.

대원키즈 측은 이날 바로 해당 서적 온ㆍ오프라인 전량 회수를 시작하고, 재고 폐기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구매한 독자는 구입처에서 즉시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재발간 또한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사과문에서 “향후 책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과 확인 뿐만 아니라, 기획 단계 및 작가 원고 검증과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해 앞으로 절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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