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연금개혁 반대’ 총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열차 운행횟수가 급감한 탓에 ‘교통대란’이 우려되는가 하면, 소매업계는 ‘매출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급기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특별연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이것으로 파업의 물결이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프랑스 제2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과 산하 철도노조를 중심으로 시작된 총파업으로 전국 철도망과 파리 대중교통은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날 현재 프랑스 국영철도(SNCF)가 운영하는 고속철(TGV) 운행률은 50% 수준에 머물렀고, 시외 열차는 아예 4분의 1 정도에 그쳤다. 파리 내 16개 지하철 노선도 오는 24일까지 2개 노선만 운행할 예정이다. 항공기 수백편도 취소됐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자 먼 길을 이동하려는 시민들로선 자동차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 주요 도로의 교통정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른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 SNCF의 ‘어린이 열차 취소’ 해프닝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에선 부모와 떨어져 기숙학교 등에서 지내는 어린이(4~14세)가 휴교일에 혼자 여행할 수 있도록 열차 내 감독 요원을 배치하는 서비스가 인기다. 그런데 SNCF 측이 지난주 초 “(총파업으로) 어린이를 적절히 관리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며 해당 열차 운행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 여파는 대략 5,000명의 어린이에게 미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자 학부모의 반발이 들끓었고, SNCF는 결국 어린이 특별열차 14편을 긴급 편성하며 물러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철도노조 파업 지지 여론이 51%에 달하고 반대 여론은 30% 정도에 머무르긴 했으나, “SNCF가 어린이 열차 서비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일자 일종의 ‘크리스마스 휴전’을 선택한 것이다.
성탄절 및 연말 특수를 노리던 소매업계의 매출 타격도 심각하다. 프랑스 산업협회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최소 30%에서 최대 60%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숙박업소ㆍ식당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정면돌파 승부수를 던졌다. 대통령궁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퇴임 후 전직 대통령에게 매달 6,220유로(약 803만원) 지급되는 특별연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임기 종료 후 자동으로 자격이 주어지는 헌법재판소 종신위원직도 맡지 않기로 했다. 종신위원 수당까지 감안하면 월 2,500만원 이상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특권 내려놓기’를 통한 연금개혁 의지를 거듭 천명한 셈이다. 가디언은 “연금개혁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마크롱은 2022년 재선 국면에서 25%의 확고한 지지층도 잃을 수 있다”면서 “마크롱의 정치적 정체성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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