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수 감소 최소화로 최악 면해”… 같은 처지 與가 대리협상해준 셈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가 23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단일안을 마련하자 자유한국당은 일단 “좌파 장기집권을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한국당 입장에선 ‘지역구 253석ㆍ비례대표 47석(연동률 50%ㆍ연동률 적용 30석)’을 골자로 하는 단일안이 기존 패스트트랙 원안(지역구 225석ㆍ비례대표 75석ㆍ연동률 50% 및 석패율제 도입)에 비해 의석 수 감소를 최소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맞불 작전으로 내건 ‘비례한국당(가칭) 전략’으로 나름 선방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4+1협의체가 선거제 협상을 본격화한 이 달 중순 이후 한국당은 공식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게임의 룰’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였지만, 4+1협의체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마당에 뒤늦게 선거제 협상에만 응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 과정에서 뜻밖의 ‘우군’을 만났다. 군소정당이 주장하는 석패율제(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로 구제)와 연동률 상한선(캡)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민주당이 뒤늦게 협상에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석패율제 도입은 무산됐고 연동률도 결과적으로 30~40% 대로 낮춰졌다. 거대정당으로 한국당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민주당이 사실상 ‘대리 협상’을 해주면서 한국당은 손 안대고 코를 푼 격이 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호남에서 2위를 하기 힘든 우리당 입장에서 석패율제는 하나도 이로울 게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 전략도 주효했다고 판단, 이 카드를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비례한국당 카드로 지지자들에게는 우리가 무기력하지 않고 대비책을 만들고 있다는 안심을 줬고, 일반 국민들에게는 4+1협의체가 얼마나 꼼수나 변칙이 가능한 선거제를 만들고 있는지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비례한국당 카드에 민주당 내에서는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연동형 캡을 낮춰야 한다는 등의 동요가 있었고, 나머지 소수정당이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단일안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권이 지구상에 유례 없는 선거제도를 채택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정치ㆍ사회적 오점을 남겨선 안 된다”며 “우리가 경고해도 어쩔 수 없는 길을 간다면 한국당은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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