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제외 3+1 대표 회동서 단일안 합의하며 긴박 움직임
한국당 수용 가능성 거론됐지만 원내대표 회동서 박차고 나가
4+1 소속 의원들 긴급 소집령… 복귀 늦어지며 본회의 연기
23일 국회엔 문자 그대로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ㆍ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ㆍ대안신당)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이날 오전 전격 결정하면서다. 4+1은 “오늘을 대타협의 슈퍼데이로 만들겠다”며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끝내 ‘패싱’ 당한 자유한국당은 본회의장 사수 등 법안 통과 저지 전략을 가다듬으며 결전에 대비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장기전이 되는 분위기였다. 4+1이 선거법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한 탓에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얘기까지 오르내렸다. 23일 오전에 열린 ‘3+1’(4+1에서 민주당을 제외) 대표 회동에서 석패율제를 뺀 단일안을 수용한다는 결정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4+1은 주말 비공개 협상에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장기화하고 있는 국회 파행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시선은 한국당에 쏠렸다. 23일 공개된 4+1 선거법 단일안은 한국당에 크게 불리하지 않은 내용이어서 극적 합의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물러서지 않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민주당ㆍ한국당ㆍ바른미래당 등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면서 “국회가 국민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멋진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며 이날 오후 3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예산부수법안과 민생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반대해 회동은 빈손으로 끝났다.
심 원내대표는 회동 시작 15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얼마 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본회의 날치기 처리에 대해 문 의장에게 항의했고 재발방지를 요청했다”고 했다. 선거법 처리에 협조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뜻이었다. 약 30분 뒤 모습을 드러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사 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는 의사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화 끝, 전쟁 개시 선포’였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4+1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추인 받았다. 그러나 오후 3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법안 의결 정족수 미달 때문에 한동안 열리지 못했다. ‘결전의 날’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4+1 소속 의원들이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각 지역구로 흩어져 있던 탓이다. 각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긴급 소집령을 내렸지만, ‘긴급’하게 국회로 복귀한 의원은 많지 않았다. 이에 본회의는 5시로 연기됐다가 6시로, 또 다시 7시로 미뤄졌다.
그 사이 한국당은 의원총회와 규탄대회를 잇따라 열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본회의장 입구를 막아 4+1 의원들의 진입을 봉쇄하고, 판사 출신으로 법리에 밝은 주호영 의원을 1번 타자로 앞세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하기로 하는 등 저지 전략을 준비했다. 이날로 13일째 본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저지 연좌농성 중인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밟고 간다면 밟힐 것”이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