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한국인 외모 닮은 용의자 사진 이례적 공개
생존자 “서툰 영어 베트남인 가능성” 엇갈린 진술
베트남 호찌민시 한국 교민 주택 강도사건을 수사 중인 현지 공안이 한국인 외모의 용의자 사진을 배포하고 공개 수배에 나섰다. 베트남 공안이 용의자 신원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사실상 범인을 한국인으로 확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교민사회는 베트남인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둬 사건 해결까지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23일 주호찌민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호찌민 공안청은 이날 유력 용의자 사진을 총영사관에 전달하고 수배 지원을 요청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현지 공안이 우리 교민사회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 왔다”며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은 이날 용의자 사진을 주요 한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올렸다.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배포 사진에는 단정한 차림의 한 젊은 남성이 검은색 가방을 메고 한인 밀집지역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대로를 걷는 사진과 밤에 사건 현장과 비슷한 주택가 골목을 배회하는 사진도 입수됐다. 베트남 공안과 공조하고 있는 경찰 영사는 “공안이 우리 공관 외에 어떤 단체에 용의자 사진을 제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범인이 한국인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베트남 공안은 외신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현지 매체도 지속적으로 ‘한국인이 검거됐다’는 오보를 내며 범인을 한국인으로 몰아가고 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한국인이 참고인 신분으로 공안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데도 그 과정을 오인하고 범인 출신을 특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민사회 분위기는 공안 입장과 다소 다르다. 생존 피해자 A(50)씨부터 범인을 베트남인으로 추정했다. 수술 회복 중인 A씨와 면담한 한 관계자는 “피해자들은 범인이 서툰 영어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발음으로 봤을 때 베트남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영어 발음까지도 베트남 식으로 연습했다면 굉장한 치밀한 범죄”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앞서 여러 정황상 범인이 베트남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사망한 A씨의 아내 B(49)씨 시신은 이날 부검을 거쳐 화장장으로 옮겨졌으며 유골은 25일 오후 항공편을 통해 한국으로 운구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1시30분쯤 호찌민시 7군 한인 밀집 지역인 푸미흥의 한 주택에 복면과 후드티를 착용한 강도가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A씨 부인이 숨지고 딸(17)은 크게 다쳤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