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이철희처럼 전례 있지만 이번엔 사건이 달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조 전 장관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함께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부부가 함께 연루된 사건에서 부부를 동시에 구속하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조 장관 부부의 경우는 각기 다른 사건이어서 영장 발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검찰 수사 관례에 따르면 부부를 동시에 구속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가족들의 생계는 물론 자녀 양육 문제 등을 감안하더라도 부부를 함께 구속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판단에 따라 부부 가운데 한 사람만 구속해왔다. 실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부부가 함께 구속된 사건에서 남편이 구속되자 앞서 구속된 부인을 석방해준 사례도 있다.
하지만 같은 사건에서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사례가 없지는 않다. 대표적 사례가 단군 이래 최대규모 금융사기 사건의 주범 장영자ㆍ이철희 부부다. 두 사람은 당시 정부 1년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6,404억원대 어음 사기사건으로 1982년 함께 체포됐다. 장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15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1992년 가석방됐다. 장씨는 이후로도 수 차례 사기 혐의로 수감생활을 했고, 지난해에도 6억원대 사기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부부가 함께 뇌물을 수뢰해 동시에 구속된 사례도 있다. 임창열 전 경기지사와 부인은 경기은행장에게 각각 1억원, 4억원씩을 수뢰한 혐의로 1992년 검찰 소환조사를 받다 영어의 몸이 됐다.
다만 조 전 장관의 경우 정 교수와 다른 사건으로 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에 전례와 비교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정 교수는 지난달 입시비리ㆍ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됐지만, 조 전 장관은 일가 비리와 관련해서는 영장청구를 면했다.
이런 점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청구가 검찰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위공직자의 공무상 재직 중 비위는 개인비리와는 완전히 구분되는 것으로, 검찰 또한 혐의가 중하다 판단해서 영장을 청구한 게 아니겠느냐”며 “영장심사에서도 부부관계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사건이라 해도 이미 부인이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남편에게 또 영장을 청구한 건 가혹하다는 시각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직권남용죄라는 게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있고, 조 전 장관이 자신의 혐의를 적극 소명하고 있는데 굳이 인신을 구속하려 하는 건 모멸감을 주기 위한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