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고 농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농민수당’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조례 제정이 추진된다.
제주지역 54개 농업인 단체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제주 농민수당 조례 제정 운동본부(이하 농민수당 운동본부)는 2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특별자치도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한 청구인 명부를 제주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농민수당 운동본부는 앞서 지난 10월 7일부터 본격적으로 서명을 받기 시작해 70여일 만에 법적 필요 청구인을 넘은 약 7,500명의 청구인명부를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민 발의로 조례 제정을 청구하려면 대표자와 수임인(서명을 받을 사람)을 등록하고 도내 19세 이상 유권자의 200분의 1(약 2,7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도에 제출해야 한다.
농민수당 운동본부는 이날 “농민수당은 농민이 제안하고, 농민이 만드는, 농민을 위한 농업정책의 시작점”이라며 “그동안 도내 모든 농업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노력으로 7,500여장의 소중한 청구인명부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전국 지자체들은 농민수당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남과 전북은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충남과 충북에서도 관련 조례안이 발의돼 도의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또한 전남 해남군ㆍ강진군ㆍ함평군, 전북 고창군, 경북 봉화군 등은 이미 농민수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농민수당 운동본부가 발의한 해당 조례안에는 도내에서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들에게 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또 농민수당은 현금이 아닌 도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농민수당 운동본부는 “2014년까지 9%를 웃돌던 제주지역 농업ㆍ농촌 예산 비율은 해마다 감소해 올해는 7%까지 하락한데다가, 예산 대부분이 농민에게 오지 않는 상황에서 농민에게 직접 지불하는 방식으로의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 첫걸음이 농민수당이다. 도와 제주도의회도 제주농민들의 절절한 마음을 받아 본격적인 농민수당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제주 농민수당 조례는 자신의 노력으로 경작하는 모든 농민에게 수당을 지급함을 명확히 했다”며 “임차농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농가당 농산물 구입·판매내역 등의 구비서류로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해 허위 농민은 가려내고, 땀 흘려 일하는 농민은 수당 지급에 예외 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수당 조례안이 제정되면 제주지역 첫 주민발의 제정 조례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6년 1월 도내 첫 주민발의 조례안인 ‘제주도 이어도 문화보존 및 전승 조례안’이 발의됐지만,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정부가 한중 간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과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을 언급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농민수당 운동본부는 “땀 흘려 일하는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라”며 “제주 농민수당이 실현되는 날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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