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을 맞아 전 세계에서 딱 한 곳만 방문할 수 있었는데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레미제라블’에 보내준 놀라운 사랑과 환대에 감탄했습니다. 그 때 한국을 찾았던 배우 휴 잭맨도 얼마나 자랑을 하던지요. 꼭 한국에 와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뮤지컬 영화 ‘캣츠’를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의 말이다. 영화 개봉 하루 전인 23일 한국을 찾은 후퍼 감독은 서울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1박2일에 불과하지만 ‘기생충’을 한번 더 볼 생각”이라며 “아카데미영화상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으로써 ‘기생충’을 지지하고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후퍼 감독은 2011년 말 더듬이 왕 조지 6세의 실화를 그린 ‘킹스 스피치’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등을 휩쓸었다. 2012년 ‘레미제라블’을 한국에 선보여 뮤지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592만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2016년 촛불집회 때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수록곡인 ‘민중의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또 한번 화제를 모았다.
이 때문에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유명 뮤지컬을 그대로 영화화한 신작 ‘캣츠’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가장 유명한 곡 ‘메모리’는 영화 ‘드림걸스’에 나왔던 제니퍼 허드슨이 소름끼치는 실력으로 소화해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영화를 위한 신곡 ‘뷰티풀 고스트’를 선보였다. 진행자 격인 어린 고양이 빅토리아는 로열발레단 수석 무용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가 연기했다. ‘레미제라블’처럼 모든 노래들은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됐다.
후퍼 감독은 “세계적 무용수, 안무가, 탭댄스 1인자 등이 한데 모인 놀라운 작품”이라 자평했다. 하지만 먼저 작품을 접한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호평 못지 않게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분장과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사람의 고양이 변신이 낯설고 불편하다, 몰입이 어렵다, 굳이 이걸 영화로 봐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등의 평가다.
후퍼 감독은 “여덟 살 때 봤던 뮤지컬의 감동을 잊지 못해 뮤지컬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영화를 통해 소개하고 싶었다”며 “새로운 시도라 낯설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엔터테인먼트라 본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