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교육청 “실패 인정 정리 수순 밟을 것”
“기부금 모집 저조ㆍ교육청 지원 의존 운영”
재단 측 “이사진 구성ㆍ민간사업 발굴 회생”
강원교육청이 농산어촌에 자리한 작은 학교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강원교육복지재단이 해체 위기를 맞았다.
강원교육청이 최근 내년 재단 출연금 20억원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민병희 교육감은 지난 11일 재단 해체를 언급했다.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빨리 수습하는 것이 낫다”는 게 민 교육감과 강원교육청의 입장이다. 출범한 지 3년도 안돼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은 셈이다.
2017년 4월 강원교육희망재단으로 출범한 재단은 그 동안 분교와 분교장 등 농산어촌 작은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통학버스를 통해 등ㆍ하교를 돕는 ‘꽃님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춘천교대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작은 학교 인식개선 캠페인도 진행했다. 11월 11일을 ‘작은 학교의 날’로 지정하고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교육계 안팎에선 효율성을 우선시 한 정부 통폐합 정책에 맞서 지역공동체의 중심인 학교를 지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사업은 강원교육청의 역점 시책이기도 해 기대치가 높았다.
그러나 기부금 모집이 예상만큼 뒤따르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2019년도 재단의 세입내역을 보면 21억800만원 가운데 강원교육청 출연금이 19억원으로 90%를 차지할 정도다. 모금활동과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예산 외 다른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재단 설립 취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이유다.
이종주 강원도의원은 지난 6월 본회의에서 “올해 예산서 기준으로 강원교육복지재단의 3년간 민간기부금은 3억 1,00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2021년까지 재단이 목표로 한 240억원 기부금 유치가 가능할 지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의회에 나온 강원교육청 관계자도 “기부금이 생각보다 훨씬 더 적게 들어오는 상황이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일회성 행사가 많아 2년간 눈에 띄는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강원교육청이 내년 출연금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정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더구나 교육청이 예산을 주지 않자 이사 10명 가운데 6명이 항의표시로 사퇴해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강원교육복지재단의 입장은 교육청과 다르다.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설립된 재단을 강원교육청의 결정만으로 해체할 수 없고 자구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최근 임시 이사 2명을 선임하고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새 이사진 구성에 나섰다. 나흥주 이사장은 “새 이사진을 꾸려 교육청에서 추진할 수 없는 민간사업을 발굴하고 후원금 모집에 나선다면 회생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내년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사업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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