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경기력도 매너에서도 완패했다. 중원 싸움에서 첼시에 완전히 밀렸고, 팀 내 에이스 손흥민(27)은 비신사적 행위로 이번 시즌 EPL 선수 최초로 2회 퇴장당했다.
토트넘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 12분과 추가시간 윌리안(31ㆍ브라질)에게 연속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4위권 도약을 노렸던 토트넘은 승점 추가에 실패하며 7승5무6패(승점 26점)으로 7위에 머물렀다.
손흥민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고의로 상대 선수를 가격, 후반 17분 다이렉트 퇴장당하며 추격 분위기였던 토트넘에 찬물을 끼얹었다. 손흥민은 첼시 안토니오 뤼디거(26ㆍ독일)와의 볼 경합 과정 중 넘어졌고, 일어나는 과정에서 발을 뻗어 축구화의 스터드로 뤼디거의 가슴 부위를 쳤다. 손흥민의 발이 닿자 뤼디거는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심판은 처음엔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고의성이 인정돼 퇴장이 선언됐다.
손흥민의 잦은 보복성 행위에 현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시즌 EPL에서 2회 이상 퇴장을 당한 건 손흥민이 유일하다. 지난 시즌 5월 본머스전 퇴장까지 더하면 7개월 동안 3차례 레드카드를 받았는데, 이는 2010년 선덜랜드의 리 캐터몰(31ㆍ잉글랜드) 이후 9년 만이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뤼디거는 분명히 갈비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골절 부상에서 회복하기를 바란다”면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했지만, 여지를 준 건 손흥민이다. 지난달 11라운드 에버턴 원정에서 안드레 고메스(26ㆍ포르투갈)에 가한 백태클도 불필요한 수비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여기에 흥분한 토트넘 팬들이 인종차별 행위를 하는 볼썽사나운 장면까지 나왔다. 뤼디거를 향해 야유를 퍼부으며 흑인을 비하하는 제스처를 했고 물병을 그라운드에 내던지기도 했다. 주심은 바로 경기를 재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8분간 경기를 중단시켰다. 토트넘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경기 내용도 첼시의 압승이었다. 선수 시절 주제 무리뉴 감독의 제자였던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은골로 캉테(28ㆍ프랑스)와 마테오 코바시치(25ㆍ크로아티아) 조합으로 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하며 스승에게 본때를 보여줬다. 이날 토트넘은 첼시의 강한 압박에 제대로 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볼 점유율은 44%, 슈팅은 단 5개에 불과했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에릭 다이어(25ㆍ잉글랜드)를 빼고 크리스티안 에릭센(27ㆍ덴마크)을 투입하며 중원 싸움에 힘을 실으려 했지만 손흥민의 퇴장으로 물거품이 됐다. 유럽축구 통계전문매체 후스코어드와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에게 양 팀 선수 가운데 최하인 평점 4.9점과 3점을 줬다. 지역 매체 풋볼런던은 ‘1점’을 주며 “어리석은 행동으로 레드카드를 받았다”고 혹평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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