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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도발해도, 美 군사옵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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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도발해도, 美 군사옵션 없다”

입력
2019.12.22 18:44
수정
2019.12.22 21: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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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궁지 몰린 마지막 저항 간주 

 유엔 차원 국제제재 강화 나설 것” 

 연말 시한 앞 ‘대응논리 전환’ 분석 

 “미사일 요격·기지 타격 계획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비핵화 협상 ‘연말 시한’ 종료를 앞두고 북한의 초대형 군사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 논리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보고 군사옵션까지 검토한다는 게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원칙이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이 실제 ICBM을 발사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국제사회의 거듭된 대북제재에 대한 북한의 마지막 저항으로 판단하고 핵개발을 단념시키기 위해 더욱 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사적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되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대응할 것이란 의미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북한의 도발 위협은 실제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주재 소식을 전하며 “국가방위사업 전반에 결정적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중요 문제와 자위적 국방력을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적 문제를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지난 7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연말 시한 종료 시점에 맞춘 군사행동의 명분을 차곡차곡 축적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21일에도 북한의 추가 압박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평안남도 평성의 ‘3월16일 공장’에서 지난 8월에는 없었던 ‘발사 거치대(launcher arm)’ 설치를 위한 임시 시설물이 지난 19일 새로 관측됐다. 3월16일 공장은 ICBM 수송ㆍ발사용 차량을 생산하는 곳이다. 연구소 측은 “ICBM 역량 강화 목표를 향해 북한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미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하더라도 이를 요격하거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계획은 현재까지 수립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설령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ICBM 발사가 현실화하더라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군사옵션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NYT는 “미국의 군ㆍ정보 당국자들이 ICBM 발사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을 막을 묘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체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신 북한이 ICBM 도발을 재개할 경우 미 행정부는 한미일 협력체제로 빠르게 복귀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 그만큼 대북제재에 ‘아파하고 있다’는 증거로 규정하고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강화에 몰두해야 한다는 외교적 논리를 마련한 것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이는 미국 대북정책의 근본적 전환이라기 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궁핍한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대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문제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내년 대선에서의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간 군사적 긴장까지 부각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및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할 수 있다.

사실 미 군당국은 최근까지도 군사옵션을 언급했다. 찰스 브라운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외교가 우선이라면서도 필요시 2017년에 준비했다는 제한적 타격, 즉 ‘코피 때리기(Bloody nose) 작전’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의 대책을 거론한 것은 강력한 대북 경고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군사옵션보다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강화에 무게를 두는 트릭이었던 셈이라고 NYT는 전했다.

북한 도발에 직접 대응하기 보다 국제사회와의 공조로 우회하겠다는 전략은 한반도 주변국 관리에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에 고스란히 담겼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약 75분간 통화했다. 백악관은 “특히 북한의 최근 위협적 성명을 고려해 두 정상이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보다 하루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통화한 뒤 트위터에 “무역합의에 대해 좋은 대화를 했다. 북한 문제도 논의했다”고 썼다.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움직임이 한창이던 지난 7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미 공조도 재확인한 바 있다. 북핵 문제의 당사국 또는 유관국과의 긴밀한 공조 체제를 한껏 부각시킨 것이다.

물론 북한이 ICBM 발사 등 초대형 도발에 당장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향후 ‘주고 받기’ 협상의 가능성을 남겨두는 차원에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 도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는 시기적으로도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의 청사진을 제시한 후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 것이란 관측과 맞닿아 있다. 조만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해 ‘새로운 길’에 대한 구상의 일단을 내비치며 대미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이는 중간과정도 필요하다. 우리 외교당국의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수 차례 ‘새로운 길’을 언급해온 만큼 미국을 압박할 분명한 제스처는 취할 것”이라면서도 “핵무기 개발을 재천명하거나 군사용 위성을 발사하는 식으로 나름의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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