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일자리 지역에서 앞장섭니다]<2> 성동구 소셜벤처기업
서울 성동구에는 소셜벤처를 위한 특별한 것들이 여럿 있다. 그중 기초단체 주관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한 ‘서울숲 소셜벤처 엑스포’가 대표적이다.
2017년 11월 제1회 소셜벤처 엑스포가 탄생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특히 관의 치적 홍보용 행사에 동원될까 우려가 컸던 소셜벤처 기업인들의 참여 독려가 구청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담당 직원들의 꾸준한 소통의 결과 길이 있었다. 소셜벤처 기업인들이 회사 성장을 위해 △규제 완화 △사무공간 지원 △인재 교육 등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논의의 접점이 명확해지자 이들의 애로점을 경청하면서 행사의 취지를 설명해 성사시켰다. 1회 행사에 참여한 소셜벤처기업은 110곳이나 됐다.
같은 달에는 ‘청년 소셜벤처기업 육성 및 생태계 조성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 제정 초기 ‘같은 기업인데 왜 소셜벤처기업만 지원하느냐’는 구의원들의 질문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에 직원들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수익을 창출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의 개념을 설명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덧붙여 사회 문제 해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소셜벤처의 자생적 생태계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들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의회는 구의 취지에 동의해 조례가 제정됐다. 이에 앞서 9월에는 소셜벤처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소셜벤처팀을 신설했다.
소셜벤처 기업인들은 성동구의 정책 지원에 대부분 흐뭇해한다. 오버플로우 김상언(41) 대표는 “‘소셜벤처 기술 상담실’을 통해 특허권 문제를 해결했다”며 “판로 지원과 투자연계 같은 구의 실효적 소셜벤처 지원정책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오버플로우는 고령자ㆍ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를 위한 ‘베리어프리’ 운동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아프리카인사이트 허성용(35) 대표는 “‘청년 소셜벤처 내 일 찾기’ 사업으로 올해 1명의 청년을 더 채용해 인력난을 해결했고 ‘제3회 서울숲 소셜벤처 엑스포’에 참여해 아프리카의 다양한 물품들을 홍보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프리카인사이트는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성동구는 지난 4년간 ‘소셜벤처 일번지’를 기치로 소셜벤처 활성화를 꾀해 왔다. 고용 없는 성장의 지속으로 공공 주도나 대기업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소셜벤처 활성화에 유리한 자생적 생태계가 성동구에 탄탄하게 구축된 것도 정책 추진에 큰 동력이 됐다. 교통의 요지, 강남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 서울숲 등 친환경 요인이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성수동을 중심으로 소셜벤처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 크레비스타운(915㎡), 카우앤독(1,141㎡)과 같은 소셜벤처를 위한 민간 공유오피스가 성수동에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는 민간, 정부, 성동구가 운영하는 소셜벤처 오피스가 8곳에 이른다.
현재 성수동에는 소셜벤처 중간지원 조직, 소셜벤처 전문투자사, 기업, 유관기관 등이 집적되면서 전국 최대 규모의 ‘성수소셜벤처밸리’가 형성됐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소셜벤처 활성화는 소셜벤처 기업과 혁신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졌다. 구청 자체 집계로 2015년 600개 수준이었던 혁신 일자리는 올해 3,000개(추정)로 5배 증가가 예상된다. 소셜벤처 기업 수도 같은 기간 2배 이상(142→320개) 늘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소셜벤처기업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도록 소셜벤처기업 전문 투자사를 발굴하고 확실한 투자가 필요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 연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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