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대책 발표 후 첫 주말
거래 없이 ‘눈치보기 장세’ 이어져
노원 중계단지 호가 3000만원 올라

“호가가 높았던 물건 몇 개가 실거래가격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급히 팔려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매수 문의도 거의 없다. ”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전세 끼고 2억~3억원에 살 수 있는 매물을 찾는 연락이 자주 온다. 하지만 대책 발표 후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집주인들이 늘었다.” (노원구 중계청구아파트 인근 T공인중개소)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평가 받는 ‘12ㆍ16 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지난 21일 서울 주택 거래시장 시계는 사실상 멈춰 섰다. 이번 대책의 집중 타깃이 된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와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이 규제 폭탄을 맞아 잠잠한 형국이라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은 규제 반사이익으로 매도자 어깨에 제법 힘이 들어간 분위기라는 차이는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서둘러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없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긴 매한가지다.
강남권은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집주인들이 집을 팔아야 할지, 언제쯤 매물을 내놔야 할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래스티지 인근 D중개업자는 “12ㆍ16 대책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겨울철은 원래 거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직 뚜렷한 시장 방향이 느껴지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집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를 묻는 문의는 많다”고 말했다.
가격을 떨어트린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됐지만 대출 규제가 더 강력해져 정작 이를 매수할 사람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남구 도곡동 매봉역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는 “매물이 나와도 대출이 안돼 매물을 사줄 수가 없다”며 “결국 현금 많은 다주택자들은 싼값에 더 집을 살 수 있는 반면 실수요자들은 주택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로 눈을 돌리면 전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2ㆍ16 대책이 현금 있는 ‘강남 다주택자’들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관망세가 끝나면 다시 가격이 꿈틀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E중개업소 대표는 “이번 대책으로 돈 모으고 대출 받아서 서울에서 집 한 채 사보려고 한 30, 40대만 죽어나게 생겼다”며 “1주택자들의 보유세는 낮추고 2주택부터 보유세를 지금보다 몇배 더 올려서 쇼핑하듯이 전세 끼고 집을 사는 현금부자들의 주택 매입부터 차단해야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용성 일대도 관망세가 뚜렷하다. 용산구 한강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한강로 일대 고가 아파트는 물론이고 벽산이나 e편한세상 등 전용 84㎡ 시세가 12억∼13억원인 아파트도 거래 없이 조용하다”며 “대책 이후 내놓은 매물도 없지만 매수세가 움츠러들어서 원래 있던 매물도 거래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강북도 거래가 없긴 마찬가지지만 이유는 강남4구나 마용성과는 사뭇 달랐다. 9억원 이하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학원가 밀집 지역인 노원구 ‘중계5단지’ 전용면적 58㎡는 대책 발표 이전 5억원대 중후반에 매물이 나왔으나 최근에는 2,000만~3,000만원 오른 6억원대까지 나오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를 피한 9억원 미만 매물을 찾는 문의가 늘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집주인들의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도 서울 집값을 잡지 못할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만큼 노도강 역시 집값이 큰 폭으로 뛰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의 9억원 이하 매물을 중심으로 ‘풍선효과’나 ‘키 맞추기’가 나타날 순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정책 수위가 강한 만큼 전반적인 가격과 거래량은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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