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수리는 곧 징계 무마…적극적 직권남용·직무유기 판단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책임자로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파악하고도 사표를 내는 선에서 마무리한 건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직권남용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졌던 조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보다 사안이 중대해 엄정한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내부의 기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3개 이상 죄명을 적용,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조처에 대한 정무적 최종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이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이었고 수사권이 없는 청와대 감찰의 특성상,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감찰을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정무적 판단인 만큼 ‘직권남용’ 등 법적 책임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감찰, 징계, 수사의뢰 등 의무를 단순히 게을리 한데 그치지 않고,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이 공개되거나 쟁점화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우선 검찰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금융위원회가 유 전 부시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거나 수사 의뢰하기에 충분한 비위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할 무렵, 사표 수리 방침도 함께 결정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표가 수리된 공무원에 대해선 징계절차가 불가능한 현행법상 사표 수리 강요는 곧 감찰 무마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백 전 비서관 등 관련자들이 감찰 중단은 조 전 장관의 지시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 또한 영장청구의 주요한 변수다. 검찰은 지난 13일 유 전 부시장을 재판에 넘기며 "(유 전 부시장의) 중대 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되었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밝히는 등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검찰이 이르면 이번 주 조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수사가 조 전 장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감찰 중단의 배경에 김경수 경남도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친문 인사들의 친분이 있었고, 이들이 금융위 인사까지 논의해 결정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직제상 책임자인 조 전 장관의 신병처리를 결정한 뒤 그보다 ‘윗선’의 부당한 압력이나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