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이 업고 ‘개콘’ 무대 선 안소미 “이게 바로 진짜 육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이 업고 ‘개콘’ 무대 선 안소미 “이게 바로 진짜 육아”

입력
2019.12.22 15:35
수정
2019.12.22 20:46
22면
0 0
안소미(가운데)가 지난 1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에서 아이를 업고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있다. 엄마 개그우먼이 인형이 아닌 아이를 업고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KBS 제공
안소미(가운데)가 지난 14일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에서 아이를 업고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있다. 엄마 개그우먼이 인형이 아닌 아이를 업고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KBS 제공

아기 띠에다 진짜 자기 딸을 업고 무대에 올랐다. 지난 14일 방송된 ‘개그콘서트’ 무대 ‘바바바 브라더스’ 코너에서 개그우먼 안소미가 한 행동이었다. 회사로 치자면 직장 여성이 실무 회의에 아이를 업고 나타난 셈이다. 관객들은 안소미의 파격 등장에 한 번, 열심히 연기를 펼치는 엄마의 등에 업힌 로아의 귀여움에 또 한 번 환호성을 질렀다. 무대가 끝난 뒤에도 일상적인 육아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잘 드러냈다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22일 전화로 연결된 안소미도 기뻐했다. “직장인 분들도 출산 뒤에 복직이 어렵잖아요. 애 키우는 엄마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 아이를 업고 무대에 오르는 설정을 짜게 됐어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아이를 데리고 일을 하려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은 게 기뻐요.”

처음부터 아이를 업고 출연하려고 작정한 건 아니었다. 안소미는 올해 초부터 서울 여의도 KBS 인근 개그콘서트 연습실에 딸 로아를 데리고 출근했다.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데다, 돌봐줄 베이비시터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돌이 채 안된 로아는 엄마의 보살핌이 간절했다. 안소미는 “아이를 낳았다고 일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고 그럴 수도 없었다”라며 “아무래도 아빠가 보는 건 한계도 있어 연습실에 데리고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혹여 연습이나 방송에 지장이라도 줄까 봐 안절부절하며 눈치 보던 안소미를 다독인 건 오히려 제작진과 동료들이었다. 안소미가 무대에 오를 때면 다들 엄마 대신 로아를 돌봐줬다. ‘육아 품앗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안소미 등이 주축이 된 ‘미미미시스터즈’가 만들어지자 제작진과 동료들이 먼저 로아를 데리고 무대에 올라가는 걸 제안했다.

여기에는 ‘볼거리로만 소비되는 단기적인 육아’에 대한 반성도 포함됐다. TV가 육아를 다룬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보자는 것이다. 그 동안 TV에서는 한 손에 커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고 다니거나(‘라떼파파’), 하루 이틀 정도 ‘독박 육아’를 맡는(‘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식을 보여줬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들도 육아에 무임승차해 온 한국 아빠들에게 각성의 계기를 마련해주긴 했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육아를 하나의 유행처럼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 이상의, 실생활 속의 육아 그 자체를 보여주자는 제안이었다.

반응은 생각 이상이었다. 특히 워킹맘들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두 돌 지난 아들을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김아름(34)씨는 “아이를 집에 두고 와도 걱정되는 게 엄마 마음”이라며 “방송사가 특수한 곳이긴 하지만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일할 수 있는 모습이 부러워 보였다”라고 말했다.

개그콘서트 프로그램 자체로도 신선한 충격이란 반응이다. 개그콘서트는 종종 여성의 외모 등을 비하하는 웃음 코드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 남성 출연자는 넘쳐나지만, 40대 이상 개그우먼이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여성이 중심에 선 육아 개그’는 나오기 힘든 현실이었다. 그런 무대에 엄마 개그우먼이 자기 딸을 들쳐 업고 나온 것이다. 개그콘서트 20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정석희 방송평론가는 “아이 맡길 곳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게 워킹맘의 현실인데 대부분의 방송에서 이 부분은 슬쩍 지나치기 마련”이라며 “방송이 현실적이고 다양한 육아의 방식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