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불필요한 논란 커질까… 40개 학교 명단 공개 안 하기로
서울 시내 40개 초중고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모의선거를 실시한다. 교육청 차원에서 학생 대상 모의선거 교육을 하는 것은 처음으로, 벌써부터 보수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교실이 ‘정치의 장’이 될 수 있다며 반대가 거세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미래 유권자인 학생들에게 선거 제도와 참정권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할 40개 학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10개교, 중학교 11개교, 고등학교 19개교다. 시교육청은 학교당 50만원씩을 지원한다.
모의선거 교육은 내년 3월 지역구 후보자가 확정되면 학생들이 실제 후보의 공약을 분석하고 토론, 모의투표까지 하는 게 골자다. 정영철 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은 “공약의 내용을 분석하는 문해력, 거짓 공약이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걸러내는 판단력 등 참정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능력은 하루 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교육이 학생시민의 민주주의적 소양을 함양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모의선거 교육이 인헌고 사태처럼 교실 내 극심한 갈등을 부를 수 있다며 수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입장문을 내고 “선거수업 과정에서 교사의 지도방식에 대한 시비와 갈등이 곳곳에서 초래될 수 있고, 학생간 찬반 갈등이 격화돼 교실이 진영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제2, 제3의 인헌고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이어 “특정 성향의 단체가 선거교육을 맡을 경우, 교실 정치화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모의선거 교육을 위탁 받아 진행하는 단체 가운데 한 곳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이사장으로 있는 ‘징검다리 교육공동체’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모의선거 교육이 편향적 시각에서 진행되지 않도록 장은주 영산대 법과대학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 추진단’을 구성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로, 모의선거 교육을 실시하는 40개 학교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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