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36)이 은퇴 대국을 마치고 바둑계를 완전히 떠났다.
이세돌은 21일 자신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3번기 3국을 끝으로 24년 4개월 간의 현역 기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NHN이 개발한 국산 인공지능(AI) ‘한돌’과 벌인 은퇴 대국에서 이세돌은 1승2패로 패했다.
6세 때 신안에서 처음 바둑돌을 잡은 이세돌은 30년 후 신안에서 마지막 승부의 바둑돌을 내려놓았다. 대국 후 어머니 박양례씨와 서울에서 온 후배들에게서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미소 지은 이세돌은 “한판 잘 즐기고 간다는 생각”이라며 “어려웠을 때도 있지만 즐거웠던 순간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에 졌지만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2000년 12월 천원전과 배달왕기전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이세돌은 3단 시절인 2002년 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반집으로 꺾고 우승하면서 세계대회 최저단 우승 기록을 작성했다. 2003년 입신(9단의 별칭)에 등극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18차례 세계대회와 32차례 국내대회 등 총 50차례의 우승을 차지하며 9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밖에도 2000년 한국기원 최다승(76승), 통산 8차례의 MVP, 4번의 다승왕과 연승왕, 3번의 승률왕 등 화려한 발자취를 남기고 퇴장했다. 대중적 인지도를 올린 건 알파고 덕분이다. 그는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해 1승 4패를 기록하면서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인류 유일의 기사가 됐다. 마지막 ‘한돌’과 은퇴 대국에서도 한 차례 이겼다.
이세돌은 “다시 태어나도 프로기사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바둑은 분명히 하지 않을까”라며 “고향에서 마지막을 장식한 게 좋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퇴 후 계획에 대해선 “전체적인 그림을 말하기엔 아직 정리가 덜 됐다”고 말을 아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바둑 팬들에게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바둑 외적으로는 떠나지만 많이 응원해주시기를 바란다”며 “그 동안 부족했거나 실수한 부분은 어렸고 젊었을 때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기를 바란다. 좋았던 점으로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떠나는 인사를 남겼다.
이세돌은 또한 “이번 대회를 개최해주신 여러 관계자분과 지금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 자리에 계신 어머니, 형, 누나들 너무 감사 드린다. (걸그룹) 구구단의 김세정씨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제가 좋아하는 분인데 그분께도 감사의 말을 드린다”고 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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