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20일 한국을 겨냥한 수출규제를 강화했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중 포토 레지스트(감광제)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오는 24일 중국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풀이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포토 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심사와 허가 방식을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번 통달은 즉각 시행된다. 특정포괄허가는 일정 정도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인증 받은 일본 기업(ICP기업)이 일정 기간 거래를 지속한 상대 기업에게 수출할 경우 3년간 수출에 대한 포괄허가를 승인해 주는 제도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 7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전의 일반포괄허가로 회복된 것이 아닌 특정포괄허가로 완화시켜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포괄허가는 ICP 인증 여부와 상관 없이 일본의 수출기업이 한번 허가를 받으면 3년간 심사가 면제된다. 반면 특정포괄허가는 포괄허가를 받는 일본의 수출기업과 한국의 수입기업을 ‘특정’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 일본의 수출기업과 연간 최소 6번 이상 거래가 있어야 한다. 포토 레지스트는 7월 개별허가로 전환한 이후 한달 만에 첫 허가가 나왔으며, 이후 6건 이상의 허가 실적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수입선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한국 기업에게 포괄허가를 인정해준 셈이다.
이에 한일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시점에서 수출규제를 일부 완화함으로써 한국 정부에 관계 개선을 위한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산업성은 이날 홈페이지에 포토 레지스트에 대한 특정포괄허가 전환 발표를 게재하기 전 한국 측에 연락을 주었다. 또 한국 언론의 속보가 나온 다음에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것도 한국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16일 경산성에서 열린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당시에도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중 일부에 대해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ㆍ현 그룹A) 제외 조치 철회의 경우 정령 개정 등 절차가 복잡해 단시간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양국 간 최대현안인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를 쉽게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양국은 정책대화 이후 ‘대화 지속 및 다음 대화를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원론적인 합의만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해 “미미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양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3개 품목의 일반포괄허가 전환뿐 아니라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의 원상 회복이 돼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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