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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2인자 인준된 비건, 中 방문서도 北 접촉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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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2인자 인준된 비건, 中 방문서도 北 접촉 ‘빈손’

입력
2019.12.20 17:55
수정
2019.12.21 00: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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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상원 출마 땐 장관대행 가능성도

비핵화 협상 계속 맡을 계획, 불씨 살리기 숙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AP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AP 연합뉴스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관문을 통과했다. 비건 대표는 국무부 2인자 자리에 오른 뒤에도 계속 대북 협상을 책임질 계획이어서 북미 실무 협상의 무게감은 한층 커졌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 방문에서도 북한과의 접촉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져 파국 위기에 처한 대북 외교의 불씨를 되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상원은 이날 본회의 표결을 통해 90표 대 3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부장관에 공식 취임한다. 차관보급인 대북특별대표에서 차관을 건너뛰고 2계단을 수직 상승하게 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당신은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와 미국의 안전을 위해 일한 우리 팀의 키를 잡아 왔다”면서 그의 승진을 축하했다.

비건 대표는 부장관 승진 후에도 대북협상을 책임질 뜻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일상적 대북 업무는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가 챙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무부 부장관이 특정 국가 업무를 겸직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그만큼 무게를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건 대표는 특히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내년에 캔자스주 상원 의원에 출마하면 장관 대행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도 크다. 폼페이오 장관은 올 들어 캔자스주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표밭 챙기기에 나서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선거 운동 기간이어서 새로 장관이 임명 되기보다 부장관이 대행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 비건 대표가 지난해 8월부터 대북특별대표를 맡아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하며 한국 정부 인사들과도 많은 인연을 쌓아 그의 승진이 한미 동맹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북한과의 협상이 중대 기로에 처해 있어 그의 어깨도 무거워지게 됐다. 15일부터 아시아 순방에 나선 그는 중국 방문 중에 승진 소식을 듣게 됐지만 빈손으로 귀국하게 됐다. 비건 대표는 16일 방한 당시 북한과의 회동을 공개 제안했으나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실낱 같은 기대를 안고 19일 중국 방문에 전격 나선 그는 20일 북한과의 접촉 없이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유나이티드항공 UA808편을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비건 대표는 이날 북미대화를 위해 평양행 항공편에 탑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예정된 일정을 마치고 즉시 워싱턴으로 떠났다. 그의 부장관 승진으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카운트파트가 됐으나 북한이 응답을 거부해 북미 협상의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번 중국 방문에서 대북 제재 이행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위한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하며 대북 제재 이탈 움직임을 보여 국제적인 대북 제재 공조 체계를 재구축해야 하는 것도 그의 당면한 숙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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