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가 20일 공식 발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 등 대형 현안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양 정상이 ‘성탄절 선물’ 같은 극적인 갈등 해결 방안을 도출해 낼 것인지 주목된다. 정상회담을 나흘 앞둔 20일 일본이 수출 규제 3대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도 변수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양국 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공식 회담을 하는 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이후 15개월 만이다.
일단 양국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양국이 최근 파국에 가까운 갈등을 빚은 것을 감안하면,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의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 행사 참여(10월),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한일 정상의 환담(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유예 합의(11월) 등 양국 간 만남과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져 온 흐름이 지속된다면 긍정적인 회담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또 이달 22일에는 한일 통상당국 수장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한중일 경제통상 장관회의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정상끼리 만나면 항상 진전이 있기 마련”이라며 “수출 규제 문제에 관한 양국 실무자 회의에서도 조금씩 진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번 회담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다음 대화를 위한 추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양 당국의 합의가 굳게 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소미아의 종료가 잠정 유예된 만큼,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수출 규제와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속도를 조금 더 냈으면 좋겠고, 진전되는 범위가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긍정적 분위기가 반드시 가시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특히 강제동원 배상에 대해서는 양국 입장 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18일 대표 발의한 ‘기억ㆍ화해ㆍ미래재단 법안’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과 피해자들의 의견”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한일 간 광범위한 갈등은 두 정상의 정치적 합의만으로는 풀 수 없는 구조”라면서도 “정상회담은 갈등을 풀 수 있는 하나의 단초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강제동원 해법과 지소미아, 수출규제 등 두 정상이 포괄적으로 양국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데 의견 일치를 본다는 정도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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