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 직전 담배 반출 물량을 조작해 500억원대의 과세를 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계 담배기업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와 그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BAT코리아와 이 회사의 생산물류총괄 전무 A씨, 물류담당 이사 B씨의 선고 공판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가이 앤드류 멜드럼 BAT코리아 전 대표이사는 계속 재판에 불참해 선고가 진행되지 않았다.
BAT코리아는 담뱃세 인상 하루 전날인 2014년 12월31일 경남 사천시에 있는 담배 제조장에서 담배 2,492만갑을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담뱃세 인상 전의 낮은 세율을 적용 받고, 소비자에게는 담뱃세 인상 이후 가격으로 판매해 500억원의 부당 차익을 거둔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전산입력을 통해 어떻게 2,492만갑을 물리적으로 이동한 것처럼 조작할 수 있었던 건지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기업 전체 차원에서 관리설비를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조사된 것보다 더 많은 4,355만갑을 반출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러지 않았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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