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구단에서 홍보를 위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사용했다 한국 팬들의 뭇매를 맞는 사건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리버풀이 구단 홈페이지에 욱일기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리버풀은 20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198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인터콘티넨탈컵에서 리버풀의 활약상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의 예고 영상을 게재했다. 인터콘티넨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의 전신으로, 현재 리버풀은 이 대회 결승에 올라 있다.
문제는 이 영상의 썸네일에 욱일기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당시 대회 주최측은 공식 포스터와 이미지에 욱일기 문양을 사용했는데, 이 장면이 그대로 영상에 삽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영상은 하필 리버풀이 일본 선수 미나미노 타쿠미(24) 영입을 공식 발표하는 날 업로드돼 의혹은 더욱 더 증폭됐다.
한국 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상황을 공유, 단체 항의 메일을 보내면서 다행히 이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황이다. 아직까지 리버풀의 공식 사과는 없다.
리버풀의 욱일기 사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소속 선수인 나비 케이타(24ㆍ기니)가 욱일기 문신을 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팬들의 항의에 케이타는 문신 위에 다른 문신을 덮어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당시엔 선수 개인의 불찰로 치부될 수 있었지만, 이번엔 구단 차원의 문제로 번지며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해외 구단들의 무분별한 욱일기 사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엔 박지성과 이영표가 활약했던 네덜란드의 명문 PSV아인트호벤이 일본 선수 도안 리츠(21)의 영입 소식을 전하며 욱일기 문양의 그래픽을 사용했다가 10일 만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