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산재 母병원 사업’ 관련 불법지원ㆍ부당개입 의혹
檢, 예타 조사 자료 확보… 예타 결과 사전인지 여부 조사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수립과 이행 과정에 정부의 불법지원이나 부당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내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KDI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기재부는 예타 조사를 진행하는 주체이며, 국무총리실 산하 KDI는 조사에 근거가 되는 실무 자료를 만들고 집행하는 공공기관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청와대 등의 도움을 받아 산업재해 모(母)병원 건립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타 결과를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송 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유치를,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산업재해에 특화된 모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산재 모병원 설립은 지역의 숙원사업이었으나 지방선거를 불과 16일 앞뒀던 지난해 5월 29일 정부의 갑작스런 예타 불합격 발표와 함께 사업이 백지화됐다.
검찰은 특히 지방선거 직전 정부의 예타 불발 발표 내용과 진행 상황 등이 송 시장의 최측근인 송병기 울산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 자세히 기록돼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송 부시장의 2017년 10월 업무수첩에는 “산재 모병원 추진을 보류하고 공공병원을 조기에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정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당시는 송 시장의 선거캠프가 공식 출범하기 전이었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 예타 결정에 절차적 하자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전 시장은 기재부의 설명을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 나의 공약을 좌초시키는 내용이 기재된 것을 확인했고, 이 전략에 따라 청와대와 행정 부처가 움직인 것이 확실하다”면서 “청와대 권력 핵심부가 사실상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대책본부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울산지검은 예타 관련 의혹과 업무수첩 메모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송 부시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6일과 7일 이틀 연속 소환한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검찰의 송 부시장 3차 조사다.
검찰은 다음주 중 기재부와 KDI 관계자 등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송 시장 취임 이후 예타를 면제받은 다른 사업을 들여다 볼 가능성도 있다. 울산은 올해 1월 공공병원과 함께 외곽순환도로 건설사업 예타도 면제받았다. 외곽순환도로 역시 지난해 3월 ‘VIP 면담자료’란 문구와 함께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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