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여건 좋고 아그레망 불필요 ‘알짜 자리’
드루킹ㆍ임동호 제안 의혹… MB 땐 김석기 임명
오사카(大阪) 총영사 자리가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임동호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후보 경선 포기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자리를 제안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임 전 최고위원은 19일 청와대의 자리 제안을 부인했지만, 2017년 대선 이후 친분이 있던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만나 자신이 오사카 총영사직 얘기를 꺼냈다고 밝혔다.
오사카 총영사는 이전 정권에서도 ‘보은 인사’의 대표적인 자리로 구설에 오르내렸다. 대선 때 정권 창출에 기여한 보상이나 정권에 가까운 인사들을 종종 임명해 왔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는 지난 대선 당시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된 ‘드루킹’ 김동원씨가 정권 핵심인사인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청탁해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정권에서도 2009년 1월 용산 참사 당시 과잉 진압 논란으로 옷을 벗은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2011년 3월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해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는 총영사 재임 8개월 만에 19대 총선 출마를 이유로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귀국했다.
오사카 총영사는 일본 내 총영사관 중에 가장 규모가 큰 만큼 역할과 권한이 작지 않다. 올해 7월 기준 일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44만9,634명 중 13만4,036명(29.8%)이 오사카 총영사 관할지역인 오사카부ㆍ교토(京都)부ㆍ나라(奈良)현ㆍ시가(滋賀)현ㆍ와카야마(和歌山)현에 거주하고 있다. 일본 제2의 도시라는 점에서 근무ㆍ생활 환경이 좋고 교민사회에 미치는 입김이 세 대선 이후 논공행상 과정에서 빠짐 없이 거론돼 왔다. 최근 일본이 중국에 밀려 예전보다 위상이 낮아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재외국민이 많은 LA 총영사관, 상하이(上海) 총영사관 등과 함께 ‘알짜 총영사관’으로 손꼽히는 자리다.
더욱이 총영사는 중국을 제외하면, 대사와 달리 아그레망(상대국의 동의)을 받는 절차가 필요 없어 비(非)외교관 출신들을 파견하는 데 문턱이 높지 않다. 주요 업무도 영사 민원 처리,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등 공공외교가 중심이다 보니 권한에 걸맞은 전문성보다는 정권 핵심과의 친소관계가 임명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정부가 국정철학 등 정무적 판단으로 임명할 수 있는 만큼 모든 비외교관 출신 공관장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이유는 없다”면서도 “정치 지망생이나 재기를 노리는 사람들은 특임공관장으로 간다면 한국과 가깝고 생활환경이 좋은 오사카와 같은 지역을 선호한다”고 했다. 일본 내 한인단체 측 관계자도 “오사카 총영사는 도쿄에 상주하는 주일대사를 대신해 관할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고 현지 정치인들과도 교류할 기회가 많다”며 “간혹 현지 사정을 잘 모르거나 언어 능력이 부족해 외교관들에게 역할을 의지하는 얼굴마담에 불과한 경우가 있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파견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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