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이 남자,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요즘 표정이 잔뜩 굳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총리로 지명된 지난 17일에도 특유의 미소를 볼 수 없었다. 비장한 그의 얼굴은 팀의 승리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구원 투수’를 닮아 있었다.
깜짝 소식은 아니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낙점’됐다는 말은 이미 정치권에 파다했다. 1, 2주 전부터 ‘경제통인 화합형 중진 정치인이 물망에 올라 있다’는 말이 여권에서 오르내렸다. 정 후보자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정 후보자는 쌍용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을 지냈고, 참여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일한 경력을 갖춘데다, 6선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무게감과 협치의 DNA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 트라우마’를 겪는 청와대로선 정 후보자가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 후보자가 활짝 웃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전직 국회의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청와대가 입법부 수장 출신을 행정부 2인자로 발탁한 것이 삼권분립 훼손 논란을 불렀다. 범여권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국회의 총리 인준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정 후보자에겐 그러나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그의 어깨는 마운드에 오르기도 전에 이미 무겁다. 때론 직구로, 때론 변화구로 ‘조국 사태’ 이후 느슨해진 공직 사회를 다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활력이 꺼져 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 임무를 마치고 내려오는 날, 정 후보자는 ‘미스터 스마일’의 미소를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5,000만 관중이 숨 죽여 지켜보고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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