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는 근로자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다툴 때 그 분쟁 해결을 담당한다. 노동위원회는 노ㆍ사ㆍ공익위원 3자로 구성되어 심판과 조정 기능 등을 통해 근로자의 권리를 구제하고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준사법적 행정위원회다. 현행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외에도 부당노동행위, 노동쟁의 조정 등 다양한 노동분쟁을 다루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분쟁 해결 기구라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분쟁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신속하게 해결된다. 2018년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처리한 사건 1만 1,363건을 기준으로 할 때, 이 가운데 당사자들이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거부하여 소송이 제기된 사건은 452건(4.3%)이고, 그 중 노동위원회가 패소한 사건은 61건(13.5%)이다. 즉 노동위원회에서 사건이 종결되거나 노동위원회의 판정대로 끝난 비율은 99.5%다. 또한 노동위원회 심판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약 54일에 불과하고, 근로자는 구제신청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며 월 평균임금 250만원 미만 근로자는 무료로 변호사ㆍ노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이렇게 당사자의 수용률이 높고 처리 기간이 짧으며 신청비용이 없고 폭넓은 권리구제 대리인 제도를 갖추고 있는 점은 기간제 등 비정규직 또는 저임금 근로자가 노동위원회 시스템에 접근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2019년 9월 현재 전체 접수 사건 수는 1만5,13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09건(23.8%, 17년 동기 대비 32.9%)이 급증하였고,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2만여 건으로 역대 가장 많은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현실은 일정 정도는 위와 같은 노동위원회 제도의 장점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다만 노동위원회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노동위원회의 심판 기구로서의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그 독립성을 확보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먼저, 노동위원회를 고용노동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노동분쟁 해결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노동위원회는 형식적으로는 고용노동부와 분리되어 있지만, 인사와 재정 등에서 고용노동부의 실질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위직 인사는 정부가 임명하고 그 재정 역시 고용노동부에 종속되어 있다. 노동위원회법에 의하면, 노동위원회를 고용노동부장관 소속으로 두고,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으로, 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추천과 고용노동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결국 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인사권을 사실상 고용노동부장관이 행사하며 노동위원회 구성원들이 고용노동부의 영향을 받게 하는 원인이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동위원회도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이 인사 예산의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단기간에 위 방안을 실현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노동위원회 내에서 자체 승진 및 경력 개발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소속 공무원이 과장-국장-상임위원으로 승진하는 경로가 마련되어야 하고, 노동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승진자를 선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인사권이 유명무실화한 점, 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직위가 고용노동부 국장급의 순환보직 경로로 활용되는 점, 조사관의 순환보직 관행으로 전문성을 제고하지 못하는 문제점 등을 고려할 때 독자적인 경력 개발 제도의 마련은 시급하다 할 것이다(이철수, “노동위원회 개선방안”, 산업관계연구 제16권 제2호).
정부가 노동 존중 사회의 기치를 내걸고 여러 정책을 추진했지만, 제도적으로 실현된 것은 적다. 특히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노동위원회 인사 제도의 개혁 같이 국회의 입법 조치 없이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지 않는 건 아쉽다. 시장의 공정만큼 노동의 공정도 중요하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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