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격용 미사일 아시아 배치 안 한다는 보장 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일본·한국의 군사동맹은 건설적이지 못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례적으로 열리는 연말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대(對) 중러’ 간 군사 대립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동아시아에서 미국, 일본, 한국 등이 군사동맹을 맺으려 시도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서 “이는 비(非)건설적이며 아무런 좋은 결과도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는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지 않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부연했다. 중러 군사동맹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한미일 간 군사적 협력도 불필요하다는 논리다.
다만 러시아가 중국의 미사일 공격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는 점을 시인하면서 이는 순전히 방어적 성격의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은 스스로 미사일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러시아의 도움으로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조기경보시스템은) 우리 전략적 파트너(중국)의 국방력에 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남쿠릴열도를 포함한 일본 영토에 공격용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에 대한 강한 우려감도 거듭 드러냈다. 그는 “(아시아 지역으로의) 미국 미사일 배치 얘기가 일본과 미국 등에서 나오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쿠릴 열도에) 미국의 새로운 공격 시스템(미사일)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미국은 ‘중거리핵전력 조약(INF)’ 탈퇴 직후 지상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 지역에 배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의 공격용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남쿠릴열도 실효 지배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INF 폐기 이후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군축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연장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는 올해 말까지 현재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을 연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우리의 모든 제안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어떤 답도 없다”고 했다. 이어 “만일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없어지면 군비경쟁을 억제하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며 이는 나쁜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이 서명한 이 조약은 양국이 실전 배치한 핵탄두를 1,550개로, 이를 운반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전략폭격기를 700기 이하로 각각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21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양측이 합의하면 협정이 5년간 연장될 수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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