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미션포럼’ 기조강연… “정치 제 역할 못 해”
“대의민주제 제 기능 못 하니 광장 정치 판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19일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 국가의 기본법인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19일 ‘초갈등사회 한국교회가 푼다’를 주제로 국민일보가 개최한 ‘국민미션 포럼’ 기조강연에서 “개헌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청와대와 정부는 개헌을 추진했지만 좌초됐다.
정 후보자의 공개 개헌 주장은 정치권 갈등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소신을 재차 강조하고 그 중요성을 다시 환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회의장에 선출된 2016년 6월 20대 국회 개원사에서 “내년이면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며 “개헌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의장 재임 중에도 정 후보자는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해 개헌특위가 조기에 가동되도록 하는 등 국회 주도로 의장 임기 내 예측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지속해서 드러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에도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러야 한다는 목표 아래 특위가 전국을 돌며 개헌 대토론회를 열어 국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지원하고, 수시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해 개헌 논의를 독려했다.
하지만, 국회 주도 개헌이 어려워져 지난해 3월 26일 정부 개헌안이 발의됐다.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ㆍ개헌 동시 투표’안에 반대하자 투표 시기 조율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끝까지 개헌의 끈을 놓지 않았다. 결국 의결 시한인 같은 해 5월 26일 여당 외 모든 야당 의원이 불참한 상황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인 192명에 못미치는 114명이 투표해, 정 후보자는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이 밖에도 이날 강연에서 정 후보자는 정치가 우리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 우리 정치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정치 현주소가 한심하다’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주된 원인은 선거구제 개편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 국민의 말이 맞다”면서 “개헌과 함께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또, “대한민국임시정부 이후 100년의 역사를 지닌 대의민주제가 제 기능을 못 하니 광장 정치가 판을 친다”며 “광화문, 서초동, 여의도에서 집회하는 그룹들이 다 다른 주장을 하는 상태로는 대의민주제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기독교 신자인 정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한 달 여 전에 이 포럼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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