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 직원 사망에 ‘노동환경 개선’ 요구 분출
페루 정부는 “철저히 조사할 것” 진화 나서
페루의 한 맥도널드 매장에서 10대 임시직 두 명이 감전 사고로 숨진 뒤 페루 전역에서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진출한 글로벌 대기업들의 현지노동자 착취 논란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페루 언론에 따르면 수도 리마의 한 맥도널드 지점에서 지난 15일 주방을 청소하던 아르바이트생 카를로스 캄포(19)와 알렉산드라 포라스(18)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사망 원인은 감전 때문이었다. 사고 당시 젖은 바닥에 전선들이 있었고 숨진 이들은 장화나 장갑 등의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밤샘 근무 중이었다. 사귀는 사이였던 이들 10대 남녀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6개월 전부터 맥도널드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라스는 법조인을, 캄포는 물리치료사를 꿈꾸던 학생이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페루 사법 및 노동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함께 맥도널드가 매장 내 안전수칙 등을 준수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실비아 카세레스 노동부 장관은 현지 언론에 “맥도널드가 안전수칙을 위반했을 경우 최대 18만9,000솔(약 7,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인들이 법정한도(8시간)를 초과한 12시간까지 일했다는 유족 측 변호사의 말이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맥도널드는 2014년 이후 근로자의 안전과 매장 위생 등의 문제로 리마에서만 6건의 벌금형에 처해진 바 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리마의 다른 맥도널드 매장 등에서는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열악한 처우 속에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중남미 지역의 쇼핑몰 화재 사고 등을 지적하며 “그럴싸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다국적 프랜차이즈 일자리의 매력에 빠진 젊은 노동자들이 노동력 착취에 노출되고 있다”면서 “이번 리마 맥도널드의 감전 사고는 페루의 경제 급성장을 이끌어온 글로벌 대기업들의 열악한 노동자 처우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페루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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