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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올해 5편 나왔지만… 흥행 요인은 ‘스크린 독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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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올해 5편 나왔지만… 흥행 요인은 ‘스크린 독과점’

입력
2019.12.20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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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섯 번째 1,000만 영화가 된 ‘겨울왕국2’.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올해 다섯 번째 1,000만 영화가 된 ‘겨울왕국2’.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올해 극장가는 1,000만 영화로 시작해 1,000만 영화로 끝났다. 연초 ‘극한직업’의 1,600만 흥행 돌풍을 시작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과 ‘알라딘’ 실사판,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타이틀을 단 ‘기생충’, 그리고 마지막 ‘겨울왕국2’까지. 무려 5편이나 1,000만 반열에 올랐다.

한 해 1,000만 영화 5편은 사상 최초다. 지난 2014년 ‘겨울왕국’과 ‘명량’ ‘인터스텔라’ ‘국제시장’ 등 4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12월 개봉한 ‘국제시장’은 해를 넘기고서야 1,000만 고지에 다다랐기 때문에 사실상 1,000만 영화는 3편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한 해 1,000만 영화 다섯 편인 올해가 ‘역대급’이라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빛 못지 않게 어둠도 있다. 1,000만 영화는 쏟아졌으나 올해 전체 관객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서다. 18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올해 총관객수는 2억1,361만8,245명으로, 연말까지 해봐야 2억2,000만명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전체 관객수는 비슷한데 1,000만 영화기 다섯 편이나 나왔다는 얘기는 ‘빈익빈 부익부’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들 1,000만 영화 5편은 올해 극장 총 매출액의 30%를 차지했다. 10워권까지 넓히면 매출액 비중은 46.7%까지 올라간다. 영화 10편이 한 해 극장 매출 절반을 책임졌다는 건 매우 기형적인 현상이다.


이는 스크린 양극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관을 몰아주다 보니 1,000만 돌파 속도가 ‘광속’급이다. 2014년 ‘겨울왕국’은 1,000만 동원에 46일이 걸렸지만, ‘겨울왕국2’는 단 17일만에 돌파했다. 한 달이 단축됐다. ‘극한직업’은 15일 만에, ‘어벤져스4’는 단 11일 만에 1,000만을 넘었다.

이런 스크린 독과점은 해외 영화가 더 심했다. ‘어벤져스4’의 경우 한때 좌석 점유율이 85%, 상영 점유율이 80.9%까지 치솟았다. 전국 극장 좌석이 총 100개라면 그 중 85개가 ‘어벤져스4’에 배정됐고, 전국 극장에서 하루에 영화를 100번 틀었다면 그 중 81번이 ‘어벤져스4’였다는 뜻이다. ‘겨울왕국2’도 상영 점유율 73.9%, 좌석 점유율 79.4%를 기록했다. 그에 비해 ‘극한직업’의 상영 점유율 최고치는 54.7%, ‘기생충’은 53.1% 정도에 그쳤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박스 오피스 역사상 처음으로 상영 점유율 80%를 넘기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낳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박스 오피스 역사상 처음으로 상영 점유율 80%를 넘기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낳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극장들은 시장 논리를 내세운다. 한 극장 관계자는 “좌석 판매율을 기준으로 스크린을 배정한다”고만 말했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볼 뿐이라는 반론을 내놓는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1,000만 영화는 영화 자체가 브랜드화 되면서 화제가 화제를 낳는 현상으로 이어졌다”며 “관객들도 취향이 아닌 상품성으로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평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양한 중소규모 영화들이 공존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스크린 독과점은 단순히 관객 쏠림 문제가 아니라 영화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화 ‘극한직업’은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극한직업’은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안으로는 ‘스크린 상한제’ 같은 게 꼽힌다. 오후 1시부터 밤 11시까지 주요 시간대에 한 영화관에서 특정 영화 상영 비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도종환ㆍ우상호 의원실 등에서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지만 다른 현안에 밀린 상태다. 내년 총선까지 어영부영하면 관련 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원회 배장수 대변인은 “소수 특정 영화에 스크린이 쏠리는 일이 되풀이되면 제2, 제3의 박찬욱, 봉준호는 나타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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