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작년 민주당 후보 결정 직전 청와대 찾아 “경선 계획 답 들어”
울산시장 경선 포기를 대가로 영사직을 제의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 결정 직전 청와대를 방문해 ‘경선 원칙’을 확인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확인했던 경선 원칙은, 그러나 두 달 후 송철호 울산시장의 단수 공천으로 결론이 뒤집혔다. 검찰은 송 시장이 당내 경선 없이 여당 단독 후보로 공천된 배경을 들여다 보고 있다.
19일 임 전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만나 “지난해 2월 송 시장이 단수공천이 된다는 소문을 듣고 임 전 최고위원이 직접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찾아가 문의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청와대에서 경선이 계획대로 경선이 치러진다는 답을 들었지만 나중에 보니 단수공천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송 시장, 임 전 최고위원, 심규명 변호사 3인이 경쟁하는 체제였다. 임 전 최고위원은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갑자기 지난해 4월 송 시장을 단독 후보로 공천했다. 당시 임 전 최고위원과 심 변호사는 송 시장 단수 공천은 당헌ㆍ당규를 어긴 행위라 반발하며 재심신청을 냈으나, 중앙당은 기각했다.
검찰은 당내 경선 과정에 청와대가 얼마나 개입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특히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송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당내 경쟁자였던 임 최고위원에게 다른 공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공천에 개입했는지를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날 울산지검으로 검사와 수사관들을 내려 보내 임 전 최고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임 전 최고위원을 통해 청와대가 실제 송 시장의 단수 공천을 위해 당내 경쟁자들을 ‘교통정리’하는데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 선거캠프 핵심인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2017년 10월과 11월 업무수첩에 작성한 메모를 보면, 청와대가 임 전 최고위원에게 자리를 제안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임 전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병도 전 정무수석으로부터 고베 총영사 자리를 제안 받았다”고 밝혔으나, 이후 “공식 제안을 받은 적은 없고 울산시장 경선과는 무관하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날 조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임 전 최고위원은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을 처음으로 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송 부시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나와의 관계를 많이 기록해 놨더라”면서 “임동호가 밉다. 뭐 그런 내용이다”고 답했다. 수첩에는 선거 전략이 다수 기록돼 있었다는 게 임 전 최고위원의 설명이다.
만약 공직자인 청와대 관계자가 울산시장 당내 경선 과정에 개입했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 공직선거법 일반사범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이어서 처벌이 불가능하지만,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후보자가 되지 않게 할 목적으로 직을 제공하거나 의사를 표시하면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임 최고위원 관련 의혹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단수 후보 결정은 당의 전적인 판단일 수 있고, 선거 승리를 위해 다른 후보가 양보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검찰 시각에서 봐서 문제일 수 있겠지만 정치권에선 흔히 전략적 판단을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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