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내년 말까지인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영국이 새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시장에서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 하락한 1.307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을 거둔 직후 1.3516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3.4% 가까이 떨어진 수치다. 파운드 환율은 전날에도 1.5% 떨어져 이틀간 하락 규모에서는 2018년 2월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날 유로-파운드 환율 역시 0.2% 하락한 85.07펜스였다.
파운드화 가치가 이처럼 급락한 건 노딜 브렉시트 공포가 재점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1월 31일부터 연말까지인 전환기간 동안 영국은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머무르면서 EU와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이 동의할 경우 한 회에 한해 최대 2년간 전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총리실은 어떤 경우에도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한 새 EU 탈퇴협정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협상 개시도 전에 존슨 총리가 ‘후퇴 불가’를 못박은 셈이다. 19일 여왕 연설로 새 하원이 개회되면 20일쯤 수정된 탈퇴협정법안이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떠날 가능성은 25%”라고 분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에서 “2020년 말까지 새로운 무역합의를 타결하지 못하면 또 다시 절벽 끝을 마주하게 되고 이는 분명 영국에 더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딜이 현실화할 경우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EU 단일시장과 관계를 끊어야 하는 영국의 충격이 훨씬 더 클 것이란 뜻이다. 향후 미래관계 협상을 이끌 미셸 바르니에 EU측 수석대표도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것을 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난항을 예고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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