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기임원인사 단행
황각규, 미래 사업 등 대외활동
송용덕, 인사•노무 등 안살림 총괄
계열사 40% 넘는 22곳 수장 교체
신동빈 회장을 선장으로 한 ‘뉴 롯데’의 윤곽이 드러났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배치한 ‘게임 체인저’들이 전면에 등장한 게 특징이다. 핵심은 ‘투 톱’ 체제다.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사업부문(BU)장인 송용덕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등판, 기존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과 그룹 전반을 총괄한다. 그룹의 양대 성장 축인 유통과 화학 조직을 슬림화시키고 안정화시키면서 업계 상황에 최적화된 대응 체계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유통업계에 당면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19일 유통과 식품, 화학, 서비스 부문 50여개 계열사별로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0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를 ‘성장 중심 조직개편’과 ‘게임 체인저로 세대교체’의 두 가지로 요약했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사업 부문별 역량 강화에 필요한 조직 정비는 물론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임원들을 적극 발탁했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황각규, 송용덕 부회장을 양대 축으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향후 황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과 글로벌 전략,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 가치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송 부회장은 그룹내 인사와 노무, 경영 개선 업무를 총괄하고 근본적인 역량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황 부회장은 대외 활동을, 송 부회장은 안살림을 책임지는 구조다.
송 부회장의 경우, 신격호 명예회장이 크게 신뢰한 그룹 내 ‘호텔통’으로 꼽힌다. 과거 신 명예회장이 호텔사업 관련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송 부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롯데호텔의 러시아 진출 당시, 단기간내에 보여줬던 송 부회장의 역량은 여전히 그룹내에선 회자되고 있다.
송 부회장의 호텔&서비스BU장 빈 자리는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던 이봉철 사장이 채운다. 이 사장의 후임으론 롯데지주 재무1팀장 추광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맡는다. 호텔&서비스BU의 수장에 재무 전문가를 앉힌 건 호텔롯데 상장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끌고 호텔롯데 상장 준비에도 관여했던 이 신임 사장에게 원활하고 막힘 없는 상장 추진을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핵심 성장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은 대대적 조직개편에 들어간다. 유통BU 아래 롯데쇼핑은 개별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과 마트, 슈퍼, 이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원 톱’ 대표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 롯데쇼핑 통합 대표이사는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맡으면서 롯데그룹 유통BU장도 겸임한다. 30년 넘게 롯데백화점에서 잔뼈가 굵은 강 신임 대표는 본점장, 상품본부장, 중국사업부문장 등을 거쳤다. 기존 이원준 유통BU장은 용퇴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쇼핑 조직을 통합하고 슬림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수장이 유통BU장을 겸임하며 사업별 운영을 세세히 챙기고 신속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한 변화”라고 전했다.
주요 사업인 화학 부문의 조직은 확대된다. 내년 1월 1일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 이후 출범할 롯데케미칼 통합법인을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 체제로 나눈다. 두 분야의 특성이 다른 만큼 각각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강화하고, 개별 대표 체제에서 과감하면서도 꾸준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전환시켰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 통합 대표이사는 화학BU장 김교현 사장이 겸임한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유임됐고,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이영준 롯데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이번 인사로 롯데는 전체 계열사의 40%가 넘는 22개사의 수장을 교체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과거는 다 버리자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라 조직과 인사에 많은 변화가 있다”며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고 지속 성장하는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