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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김민재ㆍ황인범,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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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김민재ㆍ황인범,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입력
2019.12.19 17:20
수정
2019.12.19 19: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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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민재가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 하고 있다. 부산=뉴스1
18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한국 김민재가 슛이 빗나가자 아쉬워 하고 있다. 부산=뉴스1

김민재(23ㆍ상하이 선화)와 황인범(23ㆍ밴쿠버), 두 1996년생 동갑내기가 시련을 딛고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컵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우승으로 올 해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첫 국제대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대회 초반 골 결정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비판 받기도 했지만,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빠른 공수전환과 강한 전방 압박을 선보이며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지만 주인공은 단연 ‘괴물’ 김민재와 ‘벤투호의 황태자’ 황인범이었다. 김민재는 대회 최고수비수에, 황인범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한국 수비의 미래로 평가 받았던 김민재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전북에서 유럽이 아닌 중국 슈퍼리그에 진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더 큰 무대에서 성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겠지만, 김민재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까지 찾아가 도를 넘어선 비난을 가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중국에서도 김민재의 실력은 성장을 거듭했다. 벤투호는 수비만큼은 합격점을 받고 있는데 그 배경엔 김민재의 존재가 크다. 190cm 88kg의 거구에 타고난 수비와 헤딩 능력, 좋은 발재간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비난을 찬사로 바꿔놨다.

김민재는 “중국에 진출해서 내 기량이 떨어지지는 않았다”며 “수준 높은 외인들하고 맞붙으며 많이 배웠다”고 지난 1년을 평가했다. 이어 “나도 이제 11명이 다 잘하는 유럽으로 가 더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덕분에 지난 1년간 김민재의 유럽 이적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최근 유럽 리그의 일부 구단들이 김민재 영입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은 시간 낭비라고 폄하했던 1년을, 김민재는 ‘성장의 시간’으로 바꿔놓았다.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부산=뉴스1
18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부산=뉴스1

김민재의 친구, 황인범의 반전은 더 극적이다. ‘벤투호의 황태자’인 그지만, 한동안 A매치에서 부진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었다. 대표팀 부진의 모든 탓이 황인범에게 향했다.

그랬던 그가 한일전에서 슛이면 슛, 패스면 패스, 압박이면 압박 등 그 동안의 불만을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멋진 결승골로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줬다.

황인범은 “핑계를 만들지 말자는 각오로 (동아시안컵을) 이 악물고 준비했다”며 “경기를 하는 건 제 몫이고, 평가하는 건 팬들의 몫”이라며 “이번 경기를 통해 비판이 사라진다거나 칭찬을 해주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이번 동아시안컵이 제 축구가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전했다.

사실 황인범도 올해 새로운 리그 미국 MLS에 진출, 낯선 타지에 적응해야 하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게다가 미국 MLS는 유럽리그보다 원정 이동 거리가 멀어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하지만 황인범은 힘든 걸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유럽에서 뛰는 형들은 A매치 때마다 먼 거리를 왔다 갔다 하시는데, 저는 힘들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올해 한 번 경험해본 만큼 휴식기에 체력 훈련을 중심으로 준비를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오히려 자신을 채찍질했다. 팬들도 그런 황인범의 속 깊은 태도에 비판 대신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두 동갑내기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또 한 번 ‘사고’를 칠지, 축구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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