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사업 추진 당시 담당 국장 A씨와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 윤영렬 광주시 감사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검찰이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이 결정적 한 방을 잡을 때까지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광주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최임열)는 지난달 15일 정 부시장과 윤 감사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수사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영장 기각 직후 검찰은 이용섭 광주시장의 측근인 김모 광주시 정무특별보좌관 사무실과 자택에 이어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호반건설 본사까지 압수수색하며 뒷심을 냈다. 특히 검찰은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변경(금호산업→호반건설) 과정에 이 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까지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 시장을 둘러싼 ‘말’이 많지만 결정타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상하관계가 엄격한 공직사회에서 상급자의 업무지시와 하급자가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어서 전모를 밝히려면 사건 관련자들이 범행 내용을 털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 부시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들을 소환해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모관계를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지만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런 탓에 이 시장까지 겨누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검찰이 이 시장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파헤치는 작업을 낙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사팀으로선 정 부시장 등의 앙다문 ‘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이 끝까지 “당초 잘못된 평가 결과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 행정을 펼친 것”이라고 버틴다면 객관적 물증으로 이들의 진술을 깰 카드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절뚝거리자 검찰 주변에선 “출구전략을 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정 부시장 등 핵심 피의자들의 직권남용 의혹을 캐던 검찰이 뒤늦게 호반건설 등 사업 참여업체들까지 압수수색한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다는 얘기다. 설령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에 이 시장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관련 건설업체까지 뒤져가며 조사해 내놓은 결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수사 결과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장 눈에 띄는 수사 성과가 없다는 것은 반대로 수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지적이 많다는 점이다. 검찰이 수사 착수 다섯 달 만에 뒤늦게 광주시 등에 대한 첫 압수수색을 실시한 탓에 결정적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더 이상의 뭔가를 건지기는 어려울 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수사는 검찰이 핵심 피의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얼마만큼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정 부시장 등에 대한 불구속 기소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해당 변호인단도 검찰과의 ‘법정싸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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