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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도 같이 갈았나… 위층 음식물 쓰레기 역류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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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도 같이 갈았나… 위층 음식물 쓰레기 역류에 '분통'

입력
2019.12.20 04:40
수정
2019.12.20 07: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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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 설치된 분쇄형 음식물 처리기(디스포저). 게티이미지뱅크
싱크대에 설치된 분쇄형 음식물 처리기(디스포저).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저층에 새로 입주한 30대 주부 김모씨는 최근 들어 싱크대 배수관이 막히는 일이 잦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위층 세대에서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분쇄형 음식물 처리기(디스포저) 때문에 하수구가 막혀, 음식물 쓰레기와 오수가 역류해 주방 바닥까지 넘쳐 흐르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불법적인 음식물 분쇄기 사용으로 이런 피해를 입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닌데도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스포저를 사용하는 가정이 급증하면서 하수관 막힘과 역류 현상으로 갈등을 겪는 일이 크게 늘고 있다. 하수도로 흘러 드는 음식물의 양이 늘면서 수질 오염의 위험도 커지고 있지만 사실상 정부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 주방용 음식물 분쇄기 판매량은 2만3,798개로,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7,748개의 3배가 넘는다. TV홈쇼핑과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판매량이 급증한 결과다. 정부가 2012년 10월 인증 제품 판매를 허용한 이후 누적 판매량은 올 8월까지 7만1,088대에 이른다. 그러나 허술한 규정 탓에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판매하는 제조사도 적지 않아 실제 판매량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하수도법과 환경부 고시 등에 따르면 분쇄형 음식물 처리기는 2차 처리기를 통해 배출물의 80% 이상 걸러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제품을 제조ㆍ수입ㆍ판매할 경우 불법이다. 환경부는 하수관로 막힘과 하수처리장 오염부하량 증가 등을 우려해 1995년 디스포저 제조ㆍ수입ㆍ판매를 금지했으나 2012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의 하나로 환경부 고시를 개정해 디스포저 판매를 조건부 허용했다.

문제는 디스포저 사용 후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처리하는 게 불편하다며 2차 처리기를 제거해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2015년 환경부와 서울시 공동 연구결과 디스포저를 사용할 경우 수질 악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질 오염보다 더 직접적인 피해는 일반 가정에서 겪는 오수 역류 현상이다. 김준형 서울시 물재생계획과 팀장은 “서울시 물재생센터의 하수처리능력이 한계가 있는데 디스포저 사용이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하수 유입량이나 오염도가 얼마나 증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배관 전문 업체 대표는 “배관이 모두 수직으로 떨어지는 형태라면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 가정에선 수평 구간이 많아 디스포저를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막힌다”며 “음식물의 80%를 제거하더라도 배관이 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디스포저 불법 개조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데도 최근 5년간 적발 건수는 20여건에 불과하다. 규정을 위반한 제품을 판매할 경우 업체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사용자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인증 받은 제품이라도 설치 과정에서 내부를 재조해 2차 처리기를 제거할 경우 일일이 단속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 9월 연구ㆍ시험ㆍ수출 목적을 제외한 디스포저 판매ㆍ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하수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임의자 자유한국당 의원도 판매는 허용하되 불법 행위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고시를 개정해 디스포저 불법 개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강복규 환경부 생활하수과장은 “2차 처리기를 불법으로 분리하지 못하도록 하나의 몸체로 된 일체형 제품만 허용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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