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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단짝을 찾아라” 모바일 시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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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단짝을 찾아라” 모바일 시대의 사랑

입력
2019.12.19 20: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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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이상형의 상대를 만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얻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이상형의 상대를 만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얻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읽씹’.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읽고선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모바일 시대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내가 무시당한 건 아닌지, 상대가 바빠서 연락을 못 하는 것인지. 읽씹은 종종 모멸과 당황과 초조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연정을 조금이라도 품은 상대에게 읽씹을 당하면 하루 종일 마음속에 비바람이 몰아친다. 누군가는 읽씹을 이유로 연인과 싸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마음에 품었던 짝사랑을 내려놓는다.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끼리 바로 바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가 그려낸 새 풍속도다.

연인이 맺어지는 방법이 달라졌고, 연인끼리 농밀한 감정을 주고 받는 통로가 바뀌었다. 누구나 인식하고 있을 변화. 미국 영화배우 겸 시나리오 작가인 아지즈 안사리는 초연결 시대의 사랑을 정밀하게 묘사해낸다. 기술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로 사랑의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초연결 사회의 사랑 풍속도는 어떤 모습인지 등을 여러 사회 통계와 유머를 버무려 전달한다.

193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제임스 보사드 교수는 필라델피아 거주 부부 5,000쌍의 혼인신고서를 살펴봤는데, 전체 부부 중 3분의 1이 결혼 전 다섯 블록 이내에 살던 이와 결혼했다. 20세기 초중반 만해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결혼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남녀의 사회적 역할이 분명하기도 했다. 남자는 누군가 자신의 가사를 담당해주었으면 하는 필요성에서, 여성은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결혼하곤 했다. 배우자를 굳이 먼 곳에서 오랫동안 찾을 이유가 없었다. 1960년대 초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여성 76%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다고 답했다.

모던 로맨스

아지즈 안사리 지음ㆍ노정태 옮김

부키 발행ㆍ456쪽ㆍ1만8,000원

하지만 1980년대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자 86%, 여자 91%가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지 않은 상대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여자들의 상급학교 진학과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결혼관은 흔들렸다. 남녀 모두 교육 기간이 늘어나고, 일자리를 잡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혼 시기가 늦춰졌다.

사람들은 결혼에서 생존 공동체 이상의 것을 원하게 됐다. 예전에 비해 ‘영혼의 단짝’과 함께 살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다. 인터넷의 등장과 모바일 통신의 발달은 사람들의 욕망에 부합했다. 사람들은 짝 맺기 앱 등을 통해 생면부지의 사람과 사랑을 탐색하게 됐고, 온라인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게 됐다. 숱한 만남의 기회 속에 수 많은 탄식과 환희가 무시로 교차하는 시대가 됐다.

문장 부호 하나에도 미소 짓거나 얼굴 구기게 되는 모바일 연애의 시대, 과연 사랑의 정답은 스마트폰 안에 있을까. 저자는 “스마트폰 화면에 많은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맞은 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범한 진리가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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