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NHK에서 2009년 2월 보도자료 한 장을 냈다. 장수 요리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오늘의 요리’ 3월 말 방송분부터 요리 식재료량을 기존 4인분에서 2인분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가구 평균 인원이 2명으로 줄어든데다 2인분 기준 요리를 희망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이유였다. 1957년 프로그램 시작 때 5인분이던 식재료량을 8년 뒤 4인분으로 줄였는데 44년 만에 2인분으로 바꾼 것이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1인 가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는 주로 북ㆍ서유럽이다. 2017년 기준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독일, 스웨덴은 40%를 넘는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약 35%)에 이어 한국이 높다. 혼밥, 혼술 문화가 유행한 지 오래이니 이상할 것도 없지만 2015년 통계부터 주된 가구가 된 1인 가구는 갈수록 늘어 지난해 30%에 육박했다. 아직 연령대별로는 30, 40대 비중이 높지만 고령화 추세에 따라 조만간 장ㆍ노년층 비율이 압도적으로 늘어난다. 30년 뒤엔 1인 가구 중 60세 이상이 5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 그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1인 가구 빈곤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득 평균은 170만원 정도로 다인 가구 1인 소득 평균 25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임시ㆍ일용직 비율이 월등히 높아 고용의 질도 열악하다. 1인 가구의 절반이 상대적 빈곤 상태라는 조사도 있다. 30, 40대 1인 가구는 소득 창출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50대 이상은 상황이 심각하다.
□ 특히 빈곤 상태에서 지병이 있고 사회관계마저 단절된 남성 1인 가구의 경우 고독사 급증의 주원인이 될 수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1인 가구 맞춤형 지원에 눈떠 소형 임대주택 공급 확대, 1인 가구 돌봄서비스 강화, 1인 가구나 한부모 가족을 타깃으로 한 가족센터 건립 등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킨 것은 다행이다. ‘즐기며 살자’는 ‘욜로(yolo)’에 ‘나 홀로’를 덧붙인 ‘횰로’가 유행이다. 횰로는커녕 죽지 못해 사는 나홀로족이 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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