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가 오리무중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하더니 답답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정권 초기만 해도 곧 설치될 것 같은 분위기더니 올해도 법률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국가교육위원회가 만들어졌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국가교육회의를 국가교육위원회로 착각한다.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을 겸직하기 전까지 나도 비슷한 착각을 했었다. 두 기관이 이름부터 비슷하니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달리 부르는 이름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이 오해부터 풀자. 국가교육회의와 국가교육위원회는 다르다.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만든 한시적인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정부서울청사에 사무실도 있고, 이미 2년간 운영되었고 3기 출범도 했다. 반면에 국가교육위원회는 법률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 설치하지 못한 이름만 무성한 기구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왜 이렇게 오랜 시간 불러도 대답이 없는 걸까? 어떻게 하면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국회 책임이 가장 크다. 20대 국회는 할 일은 안 하면서도 교육 문제에 유별나게 관심이 많았다. 심지어 151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상산고를 자사고로 재지정하라며 교육부 장관에게 부동의 요구서를 내밀기까지 했다. 그렇게 ‘교육은 내가 다 알아’라는 식으로 목소리를 내던 의원들인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는 왜 그렇게 무심한가? 백년대계라는 말만 하지 말고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 달라.
정부 책임도 국회 못지않다. 국가교육회의는 자문기구다. 자문이란 어떤 일을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기 위해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나 기관에 의견을 묻는 걸 말한다. 그러면 교육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에 대해 좀 물어 달라. 얼마나 정부에서 묻지 않으면 위원들이 회의 때 모여 “왜 정부는 교육에 관심이 없을까” 라고 스스로 묻는 자문기구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물어야 할 때 묻지 않을 거면 국가교육회의는 왜 만들었는가? 대통령도 국가교육회의도 한시적인 기구인 것은 마찬가지다. 국가교육회의 3기는 자문기구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해 물어 달라.
국가교육회의도 잘한 거 없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라는 위상에 걸맞게 청와대, 국회, 교육부 눈치 좀 그만 보고 당당해지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듯이, 국가교육회의는 교육을 방해하는 것들을 개선해 달라는 권도 정도는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국가교육회의가 권고한 것은 대입제도 개편안이 전부다. 그마저도 1년도 안 되어 정부가 나서서 뒤집었다.
지난 1년 간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 안 되어도 대통령령에서 정한 교육회의의 역할만 충실히 했어도 국민들은 충분히 공감한다. 국가교육회의가 교육을 지키려고 그렇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국민들은 이를 지켜보며 독립적인 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겠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 여론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도 앞당길 수 있다.
현재 계류 중인 ‘국가교육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5건을 모두 살펴보았다. 위원회의 성격, 역할, 위원 구성 방식에 큰 차이가 없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법률안에 공통적으로 부족한 것이 있다. 초정권적, 초당적 독립기구를 만들자면서 정한 위원 구성 비율을 보면 정치권의 입김이 너무 세다. 이러면 다시 교육이 정치에 휘둘린다. 방법은 있다. 교육기본법이 밝힌 교육당사자(학습자, 보호자, 교원, 교원단체, 학교의 설립자와 경영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걸맞게 위원을 구성하면 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렇게 한 교육당사자도 포기하지 않고 불러야 대답한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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