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자동차보험료가 4% 이하 수준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손해보험사들이 당초 희망한 최저 5%대 인상률에 대해 금융당국이 보험금 지급 감소 효과가 예상되는 제도 개선을 반영해 인상률을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자보료 인상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 각 손보사에 자보 관련 제도 개선 효과를 반영해 인상률을 결정하라고 요청했다. 제도 개선에 따라 발생하는 인하요인은 약 1.2% 수준으로 추산됐다. 실제로는 기업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실제 인상률은 3.5~4%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보험료는 각 손보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자동차 보유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의 특성상 국민 대다수의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당국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실상 인상률을 억제해 왔다.
업계는 이미 올해 1월과 6월 각각 3%대, 1%대 보험료를 인상한 바 있지만, 당시 금융당국의 영향으로 보험료 인상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올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100%를 넘겼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료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 개선 요인으로는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인상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 절차 및 기구 신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부담금 인상은 연간 2,800억원에 이르는 음주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자동차보험에서도 음주운전 사고의 보험처리 시 자기부담금을 크게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으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를 검토 중이다. 현재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에 따라 보험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이 대인배상 300만원, 대물배상 100만원 등 총 400만원 수준으로 상한선이 결정돼 있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는 보험업계가 그동안 문제 제기해 온 한방진료비에 대한 보험금 지급 급증 현상을 일부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금에서 한방진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면서 보험사들은 한방의 진료수가 기준이 불분명하고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심을 보여 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경상 환자들의 경우 한방진료비가 양방 대비 2.7배에 이르는 등 자보 가입자들의 한방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 초 건강보험이 적용된 추나요법 또한 보험금 지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다만 이들 제도 개선은 아직 도입을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관계부처와 준비중인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 방안의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도 보험료 인상률 결정 요인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제도 개선이 거론된 것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거론되는 제도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고 실제 효과도 있겠지만 도입이 언제 될지 불확실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도 보험사기 적발이나 비용 감축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자보 손해율 급증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도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