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의 ○○○ 보좌관께 재문의’, ‘○○○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축사 초대 문의 글 보냄’, ‘○○○ 의원의 ○○○ 비서관에게 일정 재문의’, ‘교육부 ○○○ 과장께 장관 참여 독려 요청’, ‘교육부 ○○○ 과장에게 회동 알림’ 이러한 보기들은 전국 대학 관련 조직의 정기총회 자료집에서 가져온 것인데, 높임법 사용에 문제가 많다. 개인적 대화에서 높임 조사 ‘께’를 쓰더라도 조직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자료집에서는 ‘더 낮춤법’을 적용하여 ‘에게’로 바꾸는 것이 옳음에도 ‘께’가 그대로 쓰였다. 또 같거나 비슷한 직위 인물들에게 원칙 없이 ‘에게’와 ‘께’가 뒤섞여 쓰여서 혼란스럽다.
‘○○○ 정책위 위원장께서’, ‘○○○ 위원장께서 초안 작성하시고’, ‘○○○ 위원장님이 정하는 것으로 함’과 같은 보기는 조직의 분과 활동을 보고하는 주체들이 ‘님’, ‘께서’, ‘-시-’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높인 잘못이 있다. 여러 사람이 작성한 기록을 묶어 자료집을 만들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겠지만 보고자가 자세히 살펴 바로잡지 못한 점이 아쉽다.
‘○○○ 국회의원께’, ‘교육부 장관께 제출’처럼 정기총회에서 제3자인 국회의원과 장관을 일관되게 높이는 것도 거슬린다. 심지어 ‘○○○ 국회의원 강의하시기로 확정’, ‘○○○ 장관 모시는 것’에서는 주체 및 객체 높임 형식까지 써서 국회의원과 장관을 높였다. 공식 보고 문서에서 대학 관련 국회의원, 교육부 관리들에게 높임 형식을 남발하며 저자세를 보여 준 것은 ‘갑’에 대한 ‘수혜자 공손 전략’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무례로 해석될 수도 있다. 교수들에게도 높임법 사용은 정말 어려운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쓰려는 성의 부족의 문제인가?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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