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포스트 아베’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 강제동원 배상문제 해결을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발의한 법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18일 위성방송인 BS-TBS 프로그램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로 설립한 재단을 멋대로 해산한 나라가 새로운 재단을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면 어디까지 설득력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문희상 안(案)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전 단계에서 약속한 것, 주고받은 조약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론상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양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일본으로서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민당 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기시다 정조회장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일본 외무장관이었다. 그가 언급한 조약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문희상 안에 대해 “다른 나라의 입법부의 논의에 대해 언급을 삼가겠다”면서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이에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에 “한국의 여론을 자극해 법안 심의에 악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19일 문희상 안의 국회 발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 기업의 ‘자발적 기부’와 관련해 긍정 평가한 반면, 한국 내 반발 여론이 적지 않아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한국 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잇단 배상 명령을 사실상 회피하는 내용으로 일본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면서 “일부 원고와 시민단체의 반발로 성립을 예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 정부에서 강제동원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고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한국 내 반발 여론이 강해지면 법안에 대한 찬성 의견을 번복하는 의원이 속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는 일정 정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구제대상이 법안 심의 과정에서 소송 원고 외에 군인ㆍ군속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東京)신문은 “원고와 시민단체에서 ‘사죄 없이는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심의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하는 동시에 사설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의 출발점으로서 기금을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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