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회 연속 동아시안컵 우승
한국이 일본을 꺾고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3연패에 성공했다. 이날의 영웅은 그 동안의 설움을 ‘한 방’에 날린 황인범(23ㆍ밴쿠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8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전반 28분 터진 황인범의 결승골로 일본을 1-0으로 제압했다. 3승을 기록한 한국은 일본(2승1패)을 제치고 2015,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대회 정상에 올랐다.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79전 42승23무14패의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이날 승리는 황인범에게도, 벤투 감독에게도 반전의 계기가 됐다. 황인범은 ‘벤투호의 황태자’라 불릴 만큼 감독의 신임을 독차지했지만 최근 A매치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그것도 멋진 왼발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황인범은 후반 33분 이정협(28ㆍ부산)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하는 등 경기 내내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벤투 감독도 황인범과 마찬가지로 한일전은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나란히 2승이지만, 골득실에서 일본에 뒤져 우승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가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주간이 아닌 탓에 손흥민(27ㆍ토트넘) 등 유럽파를 불러들이진 못했다고 하지만,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였다. 그가 고집하던 점유율과 빌드업 중심의 축구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의 벤투호는 달랐다. 든든한 수비를 바탕으로 그 동안 보여주지 못한 빠른 공수전환으로 일본을 뒤흔들었다. 게다가 애제자 황인범이 득점까지 성공했다.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은 벤투 감독으로선 만족스러운 한 판이었다. 벤투 감독의 부임 후 첫 국제대회 우승이다.
이날 한국은 전반 초반 2번이나 골대를 맞추며 불운에 우는 듯 했다. 전반 9분 코너킥 찬스에서 주세종(29ㆍ서울)이 올린 크로스를 김민재(23ㆍ상하이 선화)가 머리에 잘 갖다 맞췄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갔다. 전반 25분 코너킥 찬스에선 크로스가 김영권(29ㆍ감바 오사카)과 경합 중이던 일본 선수 머리에 맞은 뒤 골 포스트를 맞고 나가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황인범이 3분 뒤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시도한 송곳 같은 슈팅이 상대 골 망을 흔들며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한국은 이후 여러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일본의 반격을 잘 막아 승리를 지켰다.
한편 이번 대회는 흥행 부진으로 비판 받았지만, 마지막 날은 한일전답게 2만9,252명의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부산벌을 뜨겁게 달궜다.
부산=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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