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특정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타 은행의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도 가능한 오픈뱅킹(Open Banking) 서비스가 18일부터 핀테크 기업으로 확대됐다. 핀테크 앱에서도 이런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해지며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가 경계 없는 무한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각 업체들은 앞다퉈 오픈뱅킹에 특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쟁탈전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는 10개 은행이 시범적으로 시행해 온 오픈뱅킹이 이날부터 전면 시행돼 참여 금융회사가 47곳(은행 16곳ㆍ핀테크 기업 31곳)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핀테크 업계에선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디셈버앤컴퍼니(핀크) 등 유명업체들이 대거 진입했다. 금융위는 “17일까지 오픈뱅킹 참여 신청을 한 금융회사가 총 177개라 참여업체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아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은행 2곳(씨티은행ㆍ카카오뱅크)도 내년 상반기 참여한다”고 말했다.
각 업체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신한은행은 자사 앱 ‘쏠(SOL)’에 등록된 다른 은행 계좌에서 출금 신청을 한 후 1회용 인증번호를 받으면 자사 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간편앱출금’ 기능을 선보였다. 국민은행은 오픈뱅킹에 등록된 타 은행 계좌의 출금과 조회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껐다켰다(ONㆍOFF)’ 기능을 신설했다.
농협은행은 상품 가입 시 통장 잔액이 부족한 경우 충전 버튼만 누르면 타행 계좌에서 바로 잔액을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고객의 금융자산 수준을 연령ㆍ지역별로 비교할 수 있는 ‘내 금융생활 비교’, 쇼핑ㆍ여행ㆍ외식 등 소비 패턴을 분석한 ‘내 금융생활진단’ 등의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보안매체 이용 없이 타행 계좌(최대 5개)에서 자사 계좌로 이체 가능한 ‘한번에 모으기’ 기능을 추가했고, 향후 각종 간편결제서비스 잔액ㆍ포인트를 앱에서 조회ㆍ관리하는 기능도 내놓을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모든 인터넷ㆍ모바일 뱅킹 고객에게 이체 수수료를 무료화하고, 개인사업자도 모든 은행의 사업용 계좌를 조회ㆍ이체할 수 있도록 했다.
타사 자산을 끌어오는 전용 상품도 나왔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타행 계좌를 자사 앱에 등록하고 이 계좌에서 출금해 가입하면 우대금리 혜택을 주는 ‘하나원큐’ 정기예금(1년 만기 3,000만원 한도, 연 이율 최대 1.75%)ㆍ적금(월 20만원, 최대 3.6%)과 ‘IBK첫만남통장’ 예금(1년 만기 1,000만원 한도, 최대 1.86%)ㆍ적금(6개월 만기, 최대 3.0%)을 각각 내놨다.
핀크는 목적에 따라 이체금액을 설정한 뒤 여러 보유 계좌로 최대 1,000만원을 동시 무료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 ‘내 계좌 간 이체’를 선보였다. 향후 전 은행 계좌와 연동돼 결제되는 체크카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당국은 제2금융권까지 오픈뱅킹을 확대할 방침이라 금융권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오픈뱅킹이 금융산업 내 철학과 전략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며 “은행과 은행,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벽을 허물고 경쟁적 협력을 유도해 금융업의 분화와 재결합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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